'뮤직카우'가 증권이라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에도 칼을 빼 들었다. 조각투자의 잠재적 위법성과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우려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최근 조각투자 트렌드가 '실물자산'이 아닌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지분만큼 청구권을 가진다는 특성이 크게 고려됐다. 이에 앞으로 조각투자 사업자는 증권에 해당하는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할 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공시 규제를 따라야 한다.
조각투자 플랫폼 본격 규제권…왜?
28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조각투자란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자산, 그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거래하는 신종 투자형태다.
금융위는 조각투자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나눠 취득하는 방식의 투자, 이는 등기나 공증 등 투자자 소유권이 공적으로 증명되는 실물 거래로서 민·상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금융규제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문제는 실물자산이 아닌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그 지분만큼 청구권을 가지는 방식으로 조각투자 사업자가 상품을 발행하거나 이를 유통하는 경우다. 금융위는 이러한 형태의 투자가 권리구조, 세부 계약 내용 등 개별 상품의 실질에 따라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최근 '투자계약증권', 즉 금융투자상품으로 판단된 뮤직카우가 대표적이다. 뮤직카우 자회사인 뮤직카우에셋이 원작자에게 음악저작권 일부를 사들여 '청구권' 형태로 변형하고, 이를 양도받은 뮤직카우가 그 권리를 쪼개 투자자에게 파는 방식으로 금융위가 분류한 조각투자의 '후자'에 해당한다.
뮤직카우 투자자는 조각 단위로 사들인 지분만큼 매달 저작권료를 받는다. 주식 배당과 같은 원리다. 누적 거래액은 지난달말 기준 4000억원에 육박한 상태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일부 조각투자 사업자는 증권 여부를 자세히 검토하지 않고,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자본시장법에 마련되어 있는 증권의 발행과 유통 관련 규제를 준수하지 않은 채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 역시 정확한 권리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조각투자를 막연히 실물자산 등을 직접 소유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각투자 '권리 내용'이 기준…투자계약증권 여부도 관건
금융위는 이에 다양한 형태의 조각투자 사업 및 상품과 관련해 △계약내용 △이용약관 등 투자·거래 관련 제반 사항을 종합해서 사안별로 증권성을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조각투자대상의 관리와 운용방법 △수수료·보수 등 각종 명목의 비용 징수 △수익배분의 내용 △광고의 내용 △여타 약정 등이 모두 고려된다. 권리를 표시하는 방법이나 형식, 기술과는 관계없이 표시하는 권리의 실질적 내용이 기준이 된다.
이를 통해 조각투자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금융투자업에 해당되는지가 판단된다. 예를 들어 조각투자가 '일상적 운용지시를 받지 않고 운용(취득·처분 등)해 결과를 배분'하면 집합투자업으로 분류된다. '타인 발행 증권에 대한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을 영위'하는 사업내용이면 투자중개업이다. '증권의 매매를 위해 시장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면 거래소에 해당한다. 이들 모두 금융투자업이다.
조각투자 사업자의 발행 상품이 증권에 해당하는지도 관건이다. 특히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는 경우는 최근 뮤직카우처럼 사례가 단 하나에 불과한 만큼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일단 투자자가 얻게 되는 수입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 △사업자 없이는 조각투자 수익 배분 또는 손실 회피가 어려운 경우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통시장의 성패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투자자 모집시 사업자의 노력·능력을 통해 사업과 연계된 조각투자 상품의 가격상승이 가능함을 합리적으로 기대하게 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투자계약증권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물론 조각투자 내용이 소유권 등을 직접 분할하거나 개별적으로 사용·수익·처분이 가능한 경우에는 증권에 해당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증권신고서 필수 제출·부정거래 금지…위반하면 제재
이에 따라 앞으로 조각투자 증권을 발행·유통하는 사업자는 자본시장법 및 관련 법령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무인가 영업행위를 하면 안 되며 무허가 시장 개설 및 부정거래 또한 일절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제재 대상이 된다.
조각투자도 사업내용에 따라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자본시장법 이외 다른 법률을 적용받을 수는 있다. 2019년부터 시행 중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라 일부 규정에 대해 한시적인 특례 적용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 연장이 허가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가 대표적이다.
다만 조각투자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받으려면 △혁신성과 필요성이 특별히 인정될 것 △투자자 보호 체계를 충분히 갖출 것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을 분리할 것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일부 규제에 대해 특례를 인정받는 경우에도 조각투자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핵심적인 보호 체계는 갖추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강조사항이다.
조각투자 증권의 실제 권리구조가 조각투자의 특성 및 투자자의 인식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고, 조각투자 증권의 권리구조를 투자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정확히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조각투자 사업자가 투자판단에 중요한 사항을 투자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설명자료와 광고의 기준·절차를 마련하고, 약관·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 예치금은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신탁하고, 도산시 투자자에게 반환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더불어 조각투자 증권 투자자의 투자목적이 조각투자 사업자가 아닌 실물자산·권리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사업자의 도산위험과 투자자 권리는 절연돼야 한다. 이밖에 증권 예탁 또는 예탁에 준하는 권리관계 관리 및 확인 체계 마련, 물적설비와 전문인력 확보, 분쟁처리절차 및 투자자 피해 보상체계 마련 등이 그 조건이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조각투자와 관련한 법령을 적용하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장은 "필요하면 향후에도 가이드라인을 수정·보완하고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제도개선을 병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