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금융기술) 플랫폼 카카오페이가 올 초 증권사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데 이어 경쟁사인 토스의 증권업 진출도 임박했다. 국내 핀테크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가 기존 증권업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금융투자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 준비 과정과 추진 중인 영업 방향을 고려할 때 양사는 각기 다른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별개의 투자 상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내세우며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투자 상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카카오페이증권과 달리 토스증권은 편의성이 뛰어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앞세워 주식으로 대표되는 직접투자 비즈니스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준비법인(토스증권)은 지난 3월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따낸 뒤 8월 말 본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는 다음 달 11일 증권선물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증선위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식 인가가 나면 토스증권은 증권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금투업계는 토스증권의 영업 개시 시점을 내년 초로 보고 있다.
토스증권은 출범 직후 개인투자자들을 겨냥한 브로커리지(주식중개)와 투자정보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모바일 주식거래에서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편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해소해 고객 경험(UX)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이미 신한금융투자와 제휴해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서비스 출시 당시 타사 MTS보다 간편하고 단순하다는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신한금융투자에서 바로 거래하는 것과 비교해 수수료가 2배가량 비쌀 정도로 높은 비용이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됐다. 이제는 직접 사업자로 나서는 만큼 편의성을 높인 자체 MTS를 내놓고 수수료를 낮춰 공격적인 영업을 벌일 공산이 크다. 모바일 금융앱 토스로 확보한 1600만여명의 가입자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참이다.
토스증권보다 1년 가까이 앞서 증권업에 진출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펀드와 ETF 판매에 치중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의 시너지를 통해 벌인 '동전모으기', '알모으기' 등의 마케팅이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출범 후 6개월 만에 펀드 계좌 60만개를 비롯한 누적계좌 200만개, 펀드 잔고 1조 9000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증권가에선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사업 모델이 각각 미국의 로빈후드와 에이콘스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한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에이콘스의 자산관리 모델, 토스증권은 로빈후드의 거래중개 모델을 따라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로빈후드는 미국판 동학개미운동의 주역으로 미국 내 최대 주식거래 앱으로 유명하며 에이콘스 역시 '잔돈을 투자하세요(Invest your spare money)'로 홍보 문구로 널리 알려진 핀테크 업체다. 로빈후드는 주식과 옵션, 암호화폐 등 변동성이 높은 금융상품 중개를 본업으로 하고 있으며 에이콘스는 개별 주식 투자 중개는 아예 손 대지 않고 잔돈 투자 서비스를 통해 펀드와 ETF 등 간접투자를 중개한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 모두 젊은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이들을 공략하기에 유리한 사업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지만 기존 증권사들이 다져놓은 시장 판도를 단시간에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들어 젊은층의 주식투자가 급증했으나 아직 이들이 금융투자업계의 주력 고객이라고 하기엔 힘들고 증권업 확장에 필수적인 우수 인력과 자본력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따르기 때문이다.
김고은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증권이 밟고 있는 에이콘스 모델은 적은 자본으로 영업이 가능하지만 토스증권이 따르는 로빈후드 모델을 국내에서 운영하기 위해선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