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을 둘러싼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수수료 전쟁으로 옮겨붙었다.
삼성증권이 '수수료 제로(0)' 카드를 꺼내며 선전포고에 나서자 미래에셋증권이 수수료 전액 면제를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이 참전함에 따라 증권사 간 IRP 수수료 대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7일 미래에셋증권은 약관 변경 등 제반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현행 0.1~0.3% 수준의 다이렉트 IRP 수수료를 아예 없애겠다고 밝혔다. 비용 부담을 줄여 연금 자산의 실질적인 수익률 개선 효과를 높이고 고객의 안정적 노후준비에 기여하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의 다이렉트 IRP 고객은 연말정산 세액공제 등을 위해 본인 스스로 납입하는 가입자 부담금은 물론 회사가 퇴직금 등으로 지급하는 사용자 부담금에 대한 운용, 자산관리 수수료 전부를 면제받는다.
수수료 면제 혜택은 수수료 면제 시행일 이후 가입하는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다이렉트 IRP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김기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솔루션본부장은 "작년부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튜브나 SNS 채널 등을 통해 스스로 연금을 관리하는 비대면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계좌 개설과 자산운용을 직접 하는 다이렉트 IRP 수수료를 면제하는 게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IRP 수수료 전액 면제의 포문을 연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9일 국내 최초로 IRP 계좌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삼성증권 다이렉트IRP'를 출시했다.
삼성증권의 수수료 제로 카드는 3조2000억원에 달하는 IRP 자금을 굴리는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래에셋증권으로선 삼성증권에 허를 찔리자 곧바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미래에셋과 삼성을 비롯한 대형 증권사들은 올 들어 IRP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퇴직연금 시장의 무게추가 은행과 보험사들이 주로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에서 증권사들이 주도하는 확정기여(DC)형, IRP로 옮겨가면서 고객 유치의 호기를 맞았다고 판단해서다.
이런 와중에 업계 선두권인 미래에셋과 삼성을 필두로 IRP 무료 수수료 선언이 잇따르며 금융투자업계에선 다른 증권사들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수료 제로 전쟁에 끼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