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간 개인형 퇴직연금(IRP)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노후자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IRP 수요가 함께 커지자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한국투자증권까지 대형 증권사들이 잇달아 IRP 수수료 면제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동안 원금보장은 내세운 은행 위주 IRP 시장의 머니무브도 기대된다.
1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증권업계의 IRP 설정액은 9조1100억원이다. 은행권의 IRP 설정액인 27조172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이다.
반면 수익률로 따져보면 증권사들이 훨씬 더 좋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은 증권업계가 6.38%로 은행권의 3.19%보다 2배가량 높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증권사들이 훨씬 높지만 원금보장을 선호하는 은행권으로 더 많은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증권사들이 IRP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IRP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1일 뱅키스 고객을 대상으로 IRP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뱅키스는 비대면 또는 시중은행을 통해 개설하는 한국투자증권의 온라인 거래서비스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중으로 IRP 무료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뱅키스를 통한 IPR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는 0.20%~0.25% 수준이다. 무료 수수료 적용 시 뱅키스 IRP 신규 고객은 물론 기존 고객도 같은 혜택을 받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특히 IRP 수수료 혜택을 영업점 고객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영업점 IRP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고, DC·DB형 가입 근로자의 퇴직금이 입금되는 경우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할 계획이다. 또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식으로 수령하면 수수료를 20% 할인해준다.
박종길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장은 "향후 고객지향적 혜택과 시스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안정적인 수익률 등 퇴직연금 사업자의 원칙에 집중할 방침"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사업자 중에서도 높은 IRP 수익률을 내고 있는 만큼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업계 최초로 IRP에 부과되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다이렉트 IRP 계좌에 대한 수수료 면제를 선언했다. 유안타증권은 대면·비대면 구분 없이 IRP 수수료를 무료로 내세웠다.
신한금융투자도 비대면 개인형 IRP 계좌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수수료 면제에 나서면서 IRP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