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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하나금투…이은형 '혁신 리더십' 통했다

  • 2021.06.07(월) 14:15

3개월만에 조직문화 파격 변화
고정관념 깨고 직원과 적극소통
외형 확장에다 혁신 DNA 심어

"증권업계에는 거의 알려진 바 없는 40대 사장이 온다고 하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죠. 그런데 일하는 모습을 보면 최근 바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눈에 띄는 것 같네요."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중 하나인 하나금융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지난 3월 하나금융투자의 새로운 수장을 맡아 화제를 모은 이은형 대표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임 대표이사의 불명예스러운 퇴진으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빠르게 다잡은 것은 물론 취임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내부 조직문화와 복지제도에 조용하지만 파격적인 변화를 주면서 안팎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은형 하나금융투자 대표./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여성·직원 복지 각별한 신경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은형 대표가 취임 후 첫 공식 업무로 택한 일은 '직원 주택자금 대여제도' 개선이다. 기존 제도를 대폭 보완해 여직원은 물론 무주택자 직원 누구나 신청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게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내부 규정을 검토하고 문구를 수정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직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그는 과거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시절에도 여성 직원의 해외연수와 해외파견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오래전부터 여성과 직원들의 복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나이 '고정관념 깬' 소통

업계 최연소 CEO답게 임직원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신선한 변화를 줬다.

최근 임원회의에 참석하는 하나금투 임원들의 손에는 두꺼운 자료 대신 텀블러가 하나씩 쥐어져 있다. 이 대표가 취임한 뒤 페이퍼리스(Paperless)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임원들은 각자의 텀블러만 지참한 채 회의에 참석해 본인의 주제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토론을 벌인다. 이 자리에는 과장급 실무자들도 배석해 참관하고 회의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공유한다. 

얼마 전에는 이 자리에서 나온 임원들의 사명 변경 건의를 '전 직원 설문조사'로 진행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직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도시락 미팅 역시 이 대표의 대표적인 소통 채널 중 하나다. 해당 본부의 임원과 부서장은 물론 젊은 직원들까지 미팅에 참여해 다양하고 폭넓은 의견을 나눈다. 

직급과 나이를 따지지 않는 열린 소통과 더불어 기존의 틀과 형식을 깨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하나금투는 얼마 전 본사 직원들의 '복장 완전 자율화'를 도입하는 한편 임원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던 '관용차량 제공제도'를 폐지했다. 관용차를 없애는 대신 임원들에게는 그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해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인력은 현업 부서에 배치해 효율성을 높였다. 

임원용 검정세단 100여 대가 사라진 주차 공간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발맞춰 전기차 충전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취임 당시부터 ESG 경영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이 대표는 최근 하나금투에서 출시 준비 중인 ESG 투자 상품을 직접 제안했을 정도로 ESG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격적 행보에 더해 남모를 선행도 펼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청각장애인 지원단체에 1731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해당 기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기도 했다. 기부금액은 하나금투 직원 1명당 1만원을 적용했다. 이번 기부는 그가 계획 중인 사회적 기부 프로그램 등 ESG 경영을 몸소 실천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하나금융투자 본사 전경./사진=비즈니스워치

외형 확장도 중시…혁신 DNA 심어

내실 다지기와 더불어 외형 확장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4월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4999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기자본을 '빅 5 증권사'에 육박하는 5조원 수준으로 불린 것이 대표적이다. 

지주가 이런 전폭적인 지원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하나금투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 대표에 대한 강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적 성장도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나금투는 지난 1분기 13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1000억원대 순익 행진을 이어갔다. 2분기 역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의 분위기라면 올해 연간 순익 6000억원 달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앞서 자필로 쓴 취임사에서 "진정한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 다음 단계의 도약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면서 하나금투를 진정한 대형 증권사로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은형 대표는 40대의 젊은 나이지만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시작으로 금융사 임원 경력만 10년 차인 것으로 안다"면서 "취임 초반 모습을 보면 그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혁신 DNA를 하나금투에 확실히 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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