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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에 힘 싣는 지주 증권사, CEO도 갈랐다

  • 2022.12.21(수) 07:00

KB, 'WM 성과' 박정림 재추천…'IB편중 해소' 밝힌 하나
결국 증권업 핵심 수익원…'비은행 핵심' 증권사 유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리테일(소매금융)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증시 부진에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은 악화일로지만 자산관리(WM)를 비롯한 리테일은 여전히 기업금융(IB) 못지않은 증권사의 핵심 사업이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일부 지주 증권사들은 이미 분주한 움직임에 나섰다. 관례를 깬 최고경영자(CEO) 연임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리테일 총괄 부서를 신설해 전문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 / 사진=각 사

관례 깬 연임·WM 확대 위한 '새 사장'…공통점은 '리테일통'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 내년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이 추천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IB에 편중돼있는 하나증권의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WM 중심으로 기반을 확대해 나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강 사장의 이력은 실제 하나금융지주의 의중을 잘 보여준다. 그는 1993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이후 지점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쳐 영업지원그룹장, 리테일지원그룹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하나UBS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리테일 부문 총괄 부사장을 지냈고, 올해 3월부터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은형 현 사장은 겸직 중이던 지주 글로벌 총괄 부회장직만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증권업황에 빨간불이 켜진 와중에도 IB와 글로벌 부문을 중심으로 하나증권의 실적 성장을 이끌어 연임이 유력했던 바다.

KB증권도 업계의 예상을 깨뜨렸다. 당초 지주 이동이 점쳐졌던 박정림 사장이 김성현 사장과 함께 연임된 것이다. 그간 KB금융지주에서 계열사 CEO는 4년(기본 2년+1년+1년) 임기가 관례였다. 

KB금융지주는 그러나 지난 15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박정림, 김성현 현 사장을 모두 재추천했다. 각자 대표이사 사장 체제인 KB증권에서 박 사장은 WM부문, 김 사장은 IB부문을 각각 총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인수 및 주관을 필두로 올해 IB 성과가 남달랐던 만큼 김 사장의 연임은 일면 예상된 터였다. 다만 은행 출신인 박 사장은 지주 총괄부문장을 겸하고 있어 다시 지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박 사장이 임기 중 이뤄놓은 리테일 성과는 결코 등한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KB증권의 지난달 말 기준 WM 자산은 45조8000억원으로 박 사장 임기 첫해인 2019년 말(28조4000억원) 대비 61% 이상 급증했다. 특히 올해 증가분 6조3000억원의 63%에 달하는 4조원은 개인고객 자산 중심으로 확대됐다. 

대추위도 박 사장에 대한 재추천 이유를 "금리 인상, 증시 불황 등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도 WM 자산의 성장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리테일 강화 조직개편 '눈길'…거래대금도 '살아나네'

또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 전반에서 리테일 사업 강화 의도를 십분 드러냈다. 기존 자산관리(WM)·나무(Namuh)·프리미어블루(PB) 등 3개 채널을 아우르는 '리테일 사업 총괄부문'을 신설해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리테일 채널별 전문화와 유기적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육성을 동시에 잡겠단 포석이다. 앞서 WM지원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심기필 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이 조직을 이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자 니즈에 맞게 리테일 사업 지원조직의 채널별 연계와 서비스를 강화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긴축 파고에 주식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리테일은 여전히 IB 못지않은 증권업의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그룹 내 비은행 핵심 계열사인 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리테일을 필두로 한 수익이 '리딩뱅크'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지주 증권사들이 거래대금 감소로 쪼그라든 리테일 수익을 어떻게든 방어해야 할 유인이기도 하다. 

더욱이 근래 증권사 IB 수익을 책임지다시피 했던 부동산금융은 지난 9월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선언 사태로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증시 거래대금은 최근 바닥을 찍은 듯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14조3000억원으로 전달(12조9000억원)에 비해 11% 이상 급증했다. 이는 올해 하반기 들어 가장 많은 규모이기도 하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은 남아 있지만 지난달 거래대금과 개인투자자 매매 비중이 모두 확대된 점은 주목할 만한 점"이라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우려보다 양호하게 나온 데다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 또한 있어 증권사 브로커리지 영업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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