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던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가 일단 극한 상황은 모면했다.
다만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ETF가 보유한 자산의 70% 가량 처분돼 기존 가격으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래정지 상황도 지수 산출기관인 MSCI 측에서 지수를 정상화시키기 전까지 기약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상폐위기에서 살아난 러시아 ETF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8일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 투자자 안내'를 통해 일단 상장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 ETF는 MSCI가 산출하는 'MSCI Russia 25% Capped Index'를 원화로 환산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추종지수 구성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실물복제형 ETF와 달리, 합성형 ETF인 이 상품은 거래상대방(증권사)과의 스왑(정해진 시점에 약정한 수익률을 제공하기로 하는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통해 지수 성과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은 대 러시아 경제제재를 실행했다. 외국인의 러시아 주식 매도 금지, 모스크바 증권거래소 거래중단 등의 상황이 이어졌다.
MSCI는 지난 3월 9일부터 발표하는 모든 지수에서 러시아 주식가치에 0.00001 값을 적용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 ETF의 기초지수 종가는 3월 8일 7499.76포인트에서 3월 10일 0.02포인트로 하락했다. ETF 1좌당 순자산가치(NAV) 역시 같은 기간 1만1051.02원에서 158.11원으로 98.6% 감소했다.
이같은 가치 하락과 러시아 관련 글로벌 금융상품의 청산 및 거래정지, 상장폐지 등의 거래 불능 상황은 스왑 계약에서 거래상대방과의 거래를 종료시키는 시장교란(Market Disruption Events)에 해당한다.
다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거래상대방인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스왑 거래를 원칙적으로 종료하기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운용가능한 자산범위내에서 계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의 가치로 정하고 ETF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스왑거래 상대방 등과 다양한 협의를 진행한 결과 스왑 계약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상대방과의 스왑계약 연장은 거래상대방이 보유한 헤지 자산 범위 내에서 가능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기존 스왑계약의 명목금액 대비 28.8% 수준에서 스왑계약 유지 및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운용사와 두 증권사의 스왑계약 총액을 살펴보면 거래상대방은 헤지자산으로 선물(Eurex MSCI Russia Futures)을 약 71.2%, 미국 상장 러시아 ETF(iShares MSCI Russia ETF·ERUS)를 약 28.8% 활용했다.
다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 선물이 지난 3월 유렉스거래소(Eurex)에서 상장폐지된 데 따라 스왑계약에서 선물로 운용되는 부분은 청산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RUS로 운용되는 잔여 범위 내에서 계약을 연장했다.
일단 살긴했으나…70%는 회복불능
스왑 계약을 연장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물자산의 청산으로 거래정지 이전 가격으로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스왑계약을 연장한 자산인 ERUS도 MSCI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거래가 정지돼 있다. 지수 산출기관인 MSCI 측에서 지수를 회복시켜 주기 전까지 거래재개, 실제 순자산가치 등에 대해 정확한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초지수가 1000포인트 수준으로 올라오더라도 이 ETF의 NAV는 약 900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기초지수가 3000포인트로 회복될 경우의 ETF NAV 추정값은 1700원 수준이다. 기초지수가 3월 8일 수준과 유사한 7000포인트로 회복되더라도 이 ETF의 NAV는 3300원 수준이 된다.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제26조 및 시행세칙 제40조에 따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이 상품은 투자자 보호 및 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 3월 7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서도 당분간 거래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특성상 지수가 정상적으로 산출되는게 가장 필요한 조건"이라며 "거래가 정지된지 한달여간 지났으나 이전과 상황이 달라진 바 없고 지수회복 등 변수가 생겨야 거래재개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러시아 금융시장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위험 및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괴리율과 추적오차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대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유의를 당부했다. 이외에도 ETF 운용 관련 중대 결정 또는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은 공시 및 운용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추후 공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