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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다시 '탄소배출권'에 눈독 들이는 이유

  • 2022.05.26(목) 06:10

대형사들 '자발적 탄소배출권 매매·수탁업' 추진
"자발적 배출권 시장, 규제 적고 성장성 더 커"

시장 변동성 확대로 울상인 증권업계에 녹색 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관련 업무 진출을 선언하거나 사업 검토에 착수했다. 

증권사들은 장내 배출권 시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장외에서 스스로 배출권을 발굴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 거래함으로써 수익을 내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존 배출권 시장보다 성장성이 크고 아직까지 규제가 없다는 점이 이 같은 신사업 진출 배경으로 꼽힌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잇단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진출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운용사업부 산하 배출권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금융감독원에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 업무의 부수업무 신고를 준비 중이다. 

농협 그룹 내 계열사들이 조림(숲 조성), 태양광 설치 사업 등을 통해 자발적 배출권을 확보하면 이를 NH투자증권이 중개해 판매하는 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 경험을 쌓아 거래 컨설팅, 수탁업무로 범위를 확장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일부 대형사들도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접 배출권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하나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은 금감원에 자발적 탄소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업무를 부수업무로 수행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한 바 있다. 하나금투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방글라데시 태양광 정수시설 공급 프로젝트에서 스위스 골드스탠더드의 인증을 받아 자발적 배출권을 획득할 계획이다. 

정부는 2017년 3월 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배출권 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부터 국내기업이 외국에서 직접 시행한 외부사업에서 발생한 감축 실적을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자발적 시장, 성장성 크고 규제 문턱 낮아"

증권사들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눈여겨보고 있는 이유는 현재 참여 중인 장내 시장보다 성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5년 도입된 국내 배출권 시장은 환경부의 주관하에 규제적 시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규제적 시장에선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들에 할당한 배출권리가 거래대상이다. 배출권 제출시기에는 거래가 활발하지만 그 외에는 거래량이 대폭 쪼그라들어 가격이 들쭉날쭉하다. 

이에 장내 배출권 시장을 관리하는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들의 시장참여를 허용했다. 하나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SK증권은 시장조성자(LP)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17곳 증권사가 회원 자격으로 매매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탄소감축 의무가 없는 기업, 기관, 개인 모두에게 열려 있어 향후 규모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강화, 대외 이미지 제고 등 목적이 다양하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자발적 배출권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3억6000만달러로 전체 탄소시장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제반 인프라가 확충되고 기업의 배출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오는 2030년 5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매매를 하거나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드는 데 있어 규제시장에 비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규제시장에서 LP 증권사는 최대 100만톤을 보유할 수 있으며, 나머지 증권사 17곳은 최대 20만톤까지만 확보할 수 있다. 현재는 증권사 고유자산을 이용한 자기매매만 허용하고 있으며 위탁매매는 불가하다. 

대형 증권사 ESG 담당자는 "기업들에 탄소배출 한도가 꽤 여유롭게 부과돼 할당량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 탓에 규제적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며 "반면 자발적 시장에서는 해외 인증기관을 통해 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고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는 데다 이와 관련된 규제는 아직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성지영 우리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발적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금융회사의 역할도 중개·파생상품 중심에서 프로젝트 기반 배출권 창출 업무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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