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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신상 '탄소배출권'의 세계

  • 2021.10.04(월) 11:00

[별별ETF]
배출권 공급 축소 가격 상승 '요인'
투기 거래에 따른 가격 왜곡 '주의'

최근 국내 증시에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이 아닌 국내 시장에서도 편하게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거죠. 

특히 유럽 탄소배출권은 올해만 가격이 2배 가까이 뛰면서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ETF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탄소배출권 가격 전망도 대체로 밝은 편인데요.

다만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요인도 있는 만큼 투자 전에 시장 메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선물거래 형식이 보편적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럽과 세계 각지의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는 4개의 ETF 상품 이 지난달 말 일제히 상장했습니다. 

그간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매매하려면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KraneShares Global Carbon(KRBN)' ETF를 이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전 세계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탄소배출권은 일정기간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특정 국가에서 공장 등을 가동하는 기업(의무감축 주체)은 실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해당국 정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 제출한 배출량이 할당량을 넘어설 경우 초과 분 만큼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할당량보다 여유가 있으면 이를 시장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은 주로 선물 형태로 거래가 되는데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배출권 거래시장을 보유한 유럽의 경우 2019년 기준 유럽기후거래소(ECX)에서 거래된 배출권 중 선물거래 비중이 90%에 달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국내에 상장한 ETF들도 ECX에서 거래되는 할당배출권 선물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실제 네 상품 모두 기초자산 구성종목으로 유럽연합탄소배출권(EUA) 선물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향후 전망도 밝은 편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연초 이후 2배 가까이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향후 전망도 밝은 편입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대표적인 탄소배출권 ETF인 KRBN은 올해만 6억5000만달러(한화 7725억2500만원)의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이보다 1년 앞서 출시된 'iPath Series B Carbon(GRN)' 상장지수증권(ETN)에는 같은 기간 5400만달러(641억 7900만원)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는데 상장 후 유출액은 없었습니다. 

탄소배출권 가격도 수요와 공급 즉 수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탄소배출권 공급은 감소하는데 수요가 늘면 당연히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 하락하는 시스템이죠.

이 와중에 유럽 등 주요국 정부가 배출권 공급량을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실제 지난 7월 유럽위원회는 '핏포55(Fit for 55)' 정책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Net)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향후 공급되는 배출권 할당량이 감소하면 그만큼 탄소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가 탄소배출권 가격의 추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향후 참여자들이 더 늘면서 거래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변동성 확대·가격 왜곡 등 주의해야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투기적 거래에 따른 변동성 확대와 가격 왜곡 현상 등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는데요.

실제로 올해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한 이유로 투기적 수요를 꼽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탄소배출권에 적용되는 예외조항 때문인데요.

유럽연합(EU)은 지난 2007년 도입한 금융상품투자지침(MiFID II)을 통해 투기적 수요로 인한 가격 왜곡을 차단하기 위해 파생상품의 매수나 매도 포지션 한도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특정 수량 이상 매매계약을 할 수 없게 막아 놓은 것이죠.

그러나 탄소배출권 파생상품은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요. 배출권 확보가 급한 기업들이 앞다퉈 부족분 구매를 위해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이 배출권 가격 상승에 극단적으로 베팅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 내 많은 기업들이 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에 지침 변경을 요청하고 나섰는데요. 추후 지침이 바뀔 경우 탄소배출권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탄소배출권 ETF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EU 집행위원회가 탄소배출권의 투기적 거래에 따른 가격 왜곡 현상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내용이 연말 MiFID II 검토에 반영될 경우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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