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국민연금 투자목적변경의 의미(feat.SK케미칼, 한화, KT)

김보라 기자 bora5775@bizwatch.co.kr
2023.01.06(금) 07:00

SK케미칼, 한화 등 지분보유목적 단순투자로 조정
최근 목소리 높이는 KT 보유목적은 아직 단순투자

지난 3일, 국민연금이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약식)'라는 제목의 지분공시를 여러 개 올렸어요. 지분공시 관련회사는 SK케미칼, 한국가스공사, 한화, DL 등인데요.

▷관련공시: SK케미칼 1월 3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약식)

▷관련공시: 한국가스공사 1월 3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약식)

▷관련공시: 한화 1월 3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약식)

▷관련공시: DL 1월 3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약식)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는 상장회사의 지분을 5%이상 보유하면 반드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려야 하는 보고서예요. 5% 이상을 가지고 있다가 1%이상 추가로 지분을 매수하거나 또는 매도하면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5일(영업일 기준) 내에 바뀐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데요.

국민연금은 SK케미칼, 한국가스공사, 한화, DL의 지분을 각각 5% 이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분공시를 올려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런데 잠깐. 국민연금의 지분공시를 일반투자자가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분투자를 통해 국내 기업들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등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에요. 명백한 경영진의 잘못 등에 대해 다른 주주를 대변해 목소리를 낼 수도 있는 곳이죠. 따라서 투자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행동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소액주주들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투자목적 단순투자로 변경

국민연금이 올린 4개 회사 지분공시를 살펴보기 전에 '변동'과 '변경'의 차이를 짚어 볼게요.

'변동'은 5%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1%이상 지분을 매도하거나 매수하면 이를 변동했다고 봐요. '변경'은 5%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지분보유목적이나 주식관련 계약 등을 바꾸면 변경이란 단어를 써요. 이번에 국민연금은 SK케미칼, 한국가스공사, 한화, DL 네 곳에 대한 보유목적을 '변경'해 지분공시를 올렸어요.

국민연금은 그동안 4개 회사의 지분보유목적을 일반투자라고 밝혔는데요. 투자보유목적은 크게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세 가지로 나뉘어요.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줄 의사가 없고 단순 의결권행사와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말해요.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줄 의사는 없으나 단순투자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유형으로 임원 보수에 대한 지적이나 배당금을 확대하라는 등의 제안할 수 있어요. 마지막 경영참여는 회사 임원을 선·해임할 수 있고 회사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국민연금은 그동안 SK케미칼, 한국가스공사, 한화, DL에 대해 일반투자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 4개 회사 임원진의 보수나 배당정책 등에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데요.

이번 공시로 국민연금은 네 곳 회사에 대한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바꿨어요. 단순투자는 상법 상 주어지는 주주의 권리(의결권, 신주인수권 등)만을 행사하고 시세차익을 확보할 목적으로 해당 기업에 투자했다는 뜻이에요. 이번 보유목적 변경으로 SK케미칼, 한국가스공사, 한화, DL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죠.

KT 지분보유 목적은 경영참여?

국민연금은 최근 KT(국민연금 지분율 9.99%, 5일 기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은 옳지 않다며 내외부인사와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건데요.

얼핏 보면 국민연금이 KT에 대한 지분보유목적을 이미 경영참여로 규정해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재 국민연금의 KT 지분보유목적은 '단순투자'예요.

국민연금은 단순투자목적으로 KT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지난 2020년 2월 일반투자목적으로 보유목적을 변경했어요. 약 1년 반이 지나고 국민연금은 다시 KT 지분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어요.

재작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한 국민연금은 현재까지도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KT 구현모 대표 연임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죠. 일각에서는 앞으로 국민연금이 KT 지분보유목적을 '일반투자 또는 '경영참여'로 바꿔 주주활동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앞서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이후 한진칼에 대한 지분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는 등 전투적인 태세를 보인 바 있죠. KT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앞으로 KT 주주라면 지켜봐야 할 대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