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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 지분구조에서 '3%룰'이 의미하는 것

  • 2023.03.24(금) 15:32

최대주주 의결권 74%.. 일반안건 '위력'
감사위원 선임땐 의결권 71% 버려야해
전자투표 도입으로 의결정족수 인센티브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적용에도 교보증권이 해마다 정기주주총회에서 무난히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있다.

대주주 교보생명이 보유한 의결권이 74%에 달하는 상황에서 3%룰 적용시 자칫 안건통과는 물론 의결정족수를 채우기도 어려울 수 있으나 전자투표를 도입한 것이 '묘수'이다.

다만 감사위원 선임시 '주총 출석주식수의 과반' 찬성이란 요건은 남아있어, 향후 주총에 참여하는 일반주주가 회사측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할 경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만능 치트키' 대주주 지분…감사위원 선임땐 불가능

지난 23일 교보증권은 제7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날 교보증권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변경의 건, 이석기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5가지 안건을 다뤘다.

교보증권은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이 4723만8769주(73%)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교보증권이 보유한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수의 74.3%에 달한다.

주총에서 보통결의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주총에 참여한 주식수의 과반을 넘겨야 한다. 특별결의 안건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주총에 참여한 주식수의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교보생명이 가진 의결권(74.3%)은 보통결의는 물론 특별결의 요건까지 여유있게 충족한다. 다시말해서 교보증권 지분구조는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가 모두 반대해도 주총에서 어떠한 안건도 손쉽게 처리 가능한 수준이다.

단 하나 예외가 있다. 감사위원 선임이다.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시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3%룰'에 따라야한다. 교보증권은 감사위원회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상근감사 대신 감사위원을 뽑는다. 

의결권 71% 버려야하지만, 전자투표 '인센티브' 

감사위원 선임때는 교보생명이 보유한 교보증권 의결권 74.3% 중 3%만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약 71%의 의결권은 사라지고, 발행주식총수에서도 제외한다.

따라서 감사위원 선임때 교보증권의 의결권 있는 주식수는 29%만 남는다. 이 가운데 대주주 교보생명 의결권은 3%에 불과하므로 상황에 따라선 안건 통과여부는 물론이고 안건 의결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족수 확보마저 어려울 수 있다. 

다른 안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높은 대주주 지분율이 교보증권 지분구조의 장점이라면, 반대로 감사위원 선임에선 그만큼 버려야할 의결권이 매우 많은 정반대의 상황은 약점이다.

다만 지금까지 교보증권은 해마다 정기주총에서 순조롭게 감사위원 선임을 통과시켰다. 지난 2020년 열린 제75기 주총부터 이번 제78기 주총까지 감사위원을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순조로운 주총 진행을 돕는 요소는 전자투표다. 전자투표로 주총참석률이 높아진다는 취지가 아니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의결정족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바로 감사위원 선임에 필요한 보통결의 의결정족수 산정때 '주촐 출석주주의 과반'만 충족하면 되는 것이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요건은 면제한다. 

극단적인 사례로 주총에 의결권 주식 단 5%만 참여한 가운데 나머지 주주는 모두 반대하고 최대주주 교보생명(3%)이 찬성해도 안건은 통과한다. 교보증권은 지난 2019년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올해 정기주총때는 일반주주들의 동의를 약 4%씩 받고 김동환 후보가 7.8%, 이찬우 후보가 7.7%, 윤예준 후보가 7.8%의 찬성표를 받아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일반주주 목소리 커진다면?

전자투표를 도입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위원 선임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은 막았으나 여전히 지배구조 변수는 남아있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쳐서 3%로 제한하는 '통합 3%룰'이 아닌, 주주마다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개별 3%룰'을 적용한다.

그러나 교보증권 최대주주는 교보생명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특수관계인이 없어 '통합3%룰'이나 '개별3%룰'이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주총장에서 교보생명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3%로 묶이는 상황에서 일반주주가 응집력을 발휘해 대거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감사위원 선임이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주총에서 이찬우 감사위원 후보자 선임 안건의 경우 주총에 참석한 일반주주의 11.1%가 반대했다.

한편 교보증권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3명을 모두 분리선출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중 1명만 분리선출해도 되지만 3명 모두 분리선출하고 있는 것이다.

교보증권 측은 "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3명 모두 분리선출을 통해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분리선출하는 감사위원이 많으면 좋지만, 회사가 추천하는 위원은 의미가 크지 않다"며 "외부의 주주가 추천한 감사가 분리선출될 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를 늘리지 않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감사위원회를 채택하고 있는 교보증권은 감사위원 3명을 의무 선임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리선출 대신 일괄선출로 감사위원 후보를 사외이사로 먼저 선임했는데 정작 감사위원으론 선임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이사회 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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