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투자자문사 대표이사가 주주권 행사를 목적으로 내세워 특수관계인과 함께 다올투자증권의 지분 11%를 사들였다.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에 이어 단번에 2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그가 단독으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친인척 등과 공동 보유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피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9일 주식대량보유내역 공시를 통해 다올투자증권 주식 406만6419주(6.71%)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특별관계자로 김기수 대표의 친인척인 최순자 씨와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순수에셋도 각각 287만1770주(4.74%), 3만2760주(0.05%)씩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순수에셋은 지난 2007년 세워진 부동산 임대업체로, 최순자 씨가 2009년부터 감사로 재임 중이다.
김 대표와 최 씨, 순수에셋의 다올투자증권 지분율 총합은 11.50%다. 이들은 모두 투자일임계약을 맺고 있는 프레스토투자자문을 통해 주식을 사들였다. 김 대표는 2020년부터 이 자문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이로써 김 대표는 다올투자증권 최대주주인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25.07%)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보유한 2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세부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김 대표는 지난 4월 28일 158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규 보고했다. 이날에만 96만675주를 장내매수한 게 눈에 띈다. 매입 평균단가는 3412원이었다. 5000원대였던 다올투자증권의 주가가 지난달 24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급락 사태로 하락세를 보이며 3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시기다. 이후 김 대표는 장내에서 5월 2, 3, 4, 8일 등 4거래일에 걸쳐 152만5744주를 추가 매입했다.
최 씨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최 씨는 4월 28일 137만주를 기존보유분을 신고했으며, 99만9173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또 5월 2~3일에 50만2597주를 신규 매수했다. 순수에셋은 지난 5월 3일 하루 만에 3만2760주 보유분 전체를 장내 매수했다. 순수에셋은 다올투자증권 지분 매입을 위해 김 대표로부터 1억2000만원가량을 빌렸다.
투자일임을 맡은 프레스토투자자문에 따르면 김 대표와 최 씨가 기존보유분으로 공시한 지분도 4월 중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다올투자증권의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지분 취득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들이 공시를 통해 직접 밝힌 보유목적은 '일반투자'다. 구체적으론 주주권 행사 의도로 읽힌다. 보고자 김 대표는 "발행회사의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며 "그러한 권리로는 배당의 증액을 요청하는 것을 포함하며 발행회사 또는 기타 주주들이 제안하는 일체의 안건에 대하여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들이 10%가 넘는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나눠서 매입한 배경에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본인이 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된다. 김 대표는 특수관계인과 함께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금융당국의 눈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프레스토투자자문 고위 관계자는 "고객의 운용 지시에 따라 주식을 매입했다"며 "취득 배경과 대표이사의 입장에 관해 언론에 조만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