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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 주가조작 후폭풍…무더기 미수채권에 떠는 증권사들

  • 2023.05.04(목) 06:40

증권사, 강제 청산 후 추심 개시
미수채권 발생 대비 충당금 쌓기

차익결제거래(CFD)를 활용한 주가 조작 사태로 증권업계에 또다시 칼바람이 불고 있다.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일부 투자자가 변제를 포기함에 따라 증권사가 미수채권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비해 CFD 거래 잔액이 큰 증권사들은 충당금을 쌓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클 경우 실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반대매매에도 미수금 상당...증권사 추심 개시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CFD 잔고금액은 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2.2% 증가했다. 

금감원이 작년 말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를 보면 CFD 거래잔액은 2019년 말 1조2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말 4조8000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금융당국이 전문투자자 등록 요건을 완화하면서 거래가 대폭 늘어난 탓이다. 

지난주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8개 종목의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CFD는 주가조작 세력의 통로로 악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8종목은 주가조작단이 3년간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밀어올린 타깃 종목으로, 최근 주가가 하락하자 이들 종목에 투자한 CFD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속출한 것으로 추측된다.

CFD는 투자자가 직접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수, 매도 가격 차이만큼만 결제하는 장외파생거래다. 롱(매수), 숏(매도) 포지션 둘 다 가능하지만 국내 CFD 거래 95% 이상은 롱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최대 2.5배의 레버리지가 가능하며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국내 증권사는 해외 증권사와 장외파생계약(TRS)를 맺고 투자자를 중개하거나 직접 거래 상대방이 된다.

반대매매 청산 이후에도 미수채권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자 증권사들은 미수금 회수 절차에 돌입했다. 중개만 하는 증권사라도 미수채권이 발생하면 회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CFD 거래를 중개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미수금) 회수가 진행 중"이라며 "신용거래는 돈을 빌려 거래한 개념이기 때문에 입금이 늦어지면 지연이자가 붙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미수금 일부를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시한 투자자에 한해 납부시일을 미뤄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비즈워치

대규모 미수채권 대비해 충당금 적립

그러나 문제는 많게는 수십억원대의 빚을 지게 된 투자자들이 당장 변제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만일 투자자가 손실을 정산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중개 역할만 했더라도 미수채권을 떠안게 된다.

투자자 일부는 개인파산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법원이 개인파산 신청을 수용하면 부채가 모두 탕감되기 때문에 증권사들로써는 돈을 돌려받기 더 어려워진다. 주가조작 세력과 접촉한 투자자 100여명을 대리해 고소를 준비 중인 법무법인 대건 측은 금융당국에 증권사의 채권추심을 유예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수채권 규모가 큰 증권사는 충당금 쌓기에 나설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교보증권의 CFD 거래잔액이 2조1554억원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다. 다음으로 키움증권(8382억원), 메리츠증권(6686억원), 하나증권(4468억원), 유진투자증권(4105억원) 순이다.

실제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고조되자 관련 익스포저가 높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작년 4분기에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대폭 줄어들면서 적자 증권사가 여럿 나오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수채권 금액이 크지 않다면 회수 가능성이 크고 회사가 감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수채권이 생각보다 크다면 회수가 불가능해질 경우에 대비할 수밖에 없을 것"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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