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최근 KRX300 구성종목에 SG증권발(發) 폭락주들을 편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우량기업 300개 종목으로 구성해 대표성을 가지는 이 지수에 주가조작 혐의가 불거진 종목들은 넣은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다.
거래소는 일단 일평균 거래대금 등 계량적 요건과 기존에 명시한 기준에 근거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편입이 대표지수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편입 부적합 '기타요건' 있어도 원칙대로
한국거래소는 지난 17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열어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KRX300 구성종목의 정기변경을 확정했다.
문제는 KRX300에 지난달 SG증권발 매도 폭주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 5개가 포함된 부분이다.
산업군별로는 산업재에서 선광과 세방, 금융·부동산에서는 다우데이타, 유틸리티에서는 서울가스와 삼천리다.
이들 지수 정기변경은 일차적으로 거래소 인덱스사업부 논의를 거쳐 나온 기본안을 바탕으로 외부인원으로 구성한 주가지수운영위가 최종 심의해 확정한다. 먼저 인덱스사업부는 최근 반년간의 일평균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을 계산해 해당 종목을 추리고 산업군과 유동성을 고려해 편입·편출을 결정한다.
이때 구성종목으로 부적합한 종목은 제외한다. △상장폐지 결정 종목 △관리종목 △투자주의환기종목 △상장 6개월 미만 △유동주식비율 20% 미만 △최근 사업연도 자본잠식 △기타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종목이 해당한다.
거래소는 마지막 '기타' 조건를 제외한 모든 기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룰"이라고 설명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KRX300 방법론'에 명시한 룰에 입각해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이나 관리종목 등 어떤 시장참여자가 봐도 (제외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종목을 기본적으로 뺀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해석이 분분한 부분을 판단하기 위해 거래소는 'KRX300 방법론' 이외 '주가지수 기본방법론'을 참고한다. 여기에는 기타 부적합 종목에 대한 '예시'가 한 줄 추가돼 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 관련 장기간 거래정지 종목으로서 지수운영을 저해한다고 판단된 경우 등이다.
이 역시 '등'이라는 조건이 붙는단 점에서 특정 사례에 대한 판단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거래소는 그러나 이에 대해 보수적인 스탠스다. 이 관계자는 "(SG증권발 폭락주들을) 부적합 종목으로 놓고 편입에서 제외하기에는 판단을 달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특히 기존에 정한 룰이 없었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를 좀 보수적으로 해석해서 가야하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에 거래소의 방법론으로는 (지수구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앞으로 학계와 업계 얘기를 듣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편입을 제외하는 룰을 짜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려고 한다"며 "하지만 그물이 너무 촘촘하면 안 걸러지는 종목이 없을 수 있는 만큼 재량을 어떻게 발휘할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래소가 저평가 자처" vs 제외시 재량권 남용 반론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에 시세조종 혐의와 연관된 종목들을 편입해 지수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장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만 이날 기준 11개다. 이번 정기변경에 따른 KRX300 편입·출은 내달 9일 이뤄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원칙대로만 (정기종목 변경을) 처리하면서 주가조작으로 가격이 뛴 혐의를 받는 종목들이 들어간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이는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KRX 지수에 대한 신뢰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장의 감시자임에도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는데 이런 이슈가 발생할 때는 좀 더 과감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개선하겠다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거래소가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서는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쉽게 말해 관련 폭락주들에 주가조작이 있었다고 확정이 된 게 아니라 혐의가 있는 상태인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번 거래소의 결정과 관련해 이 부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학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부분을 거래소가 주가조작으로 간주하고 (편입에서) 제외하는 것도 월권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을 컨트롤하는 측면에서는 현존하는 기준에 따르는 게 당연해 보인다"고 밝혔다.
비슷한 맥락에서 거래소가 재량권을 남용하기보다는 사전에 기준을 강화해 대비하는 과정이 현재로서는 더욱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학계 다른 관계자는 "기존 룰을 재량껏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논란을 확대하고 룰에 대한 시장의 신뢰성을 낮추는 결과를 낼 것"이라며 "이번 폭락 사태까지 일련의 이슈를 거친 만큼 해당 기준을 강화하고 대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훨씬 타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