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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깜짝실적 키움증권...마냥 웃을 순 없다

  • 2023.05.18(목) 13:00

[워치전망대] 대형증권사 1분기 실적 분석
순익 1위 키움, 작년보다 두배 많은 2924억
한국·삼성·미래도 분기순익 2000억대 회복
2분기 CFD 미수채권, 신용융자 부실화 부담

연초 국내증시가 반등하면서 증권사들도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주식 거래대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와 신용거래 이자수익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 선두 자리는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이 차지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어나며,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압도적인 상승폭을 시현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대부분 호실적을 보였다. 한국투자, 삼성, 미래에셋증권은 분기순이익 2000억원대를 회복했다. 금융지주 계열의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도 전년동기대비 플러스(+) 성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들이 이 기세를 몰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시에테제너럴(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수단으로 활용된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 미수채권이 대거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2분기부터 증권사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리스크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을 전망이다.

자기자본 2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분기별 당기순이익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주식시장 살아나자 증권사 실적도 '점프'

비즈워치가 자기자본 2조원 이상 10대 증권사의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82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8% 증가했다. 올해 초 주식시장 반등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수수료와 이자수익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며 운용실적도 회복했다.

순이익 1위는 2924억원을 기록한 키움증권이 차지했다. 작년 연간 순이익 순위 4위에서 3계단이나 올랐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1890억원을 웃돈 어닝서프라이즈이고, 순이익 증가률도 107.2%로 10대 증권사 중 가장 컸다.

키움증권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연초 주식시장 상승으로 유가증권평가 및 처분이익이 지난해 1500억원 손실에서 1200억원 이익으로 돌아섰다. 파생상품 관련 손익, 이자손익은 각각 7%, 8%씩 증가했다. 

특히 트레이딩 및 기타 손익은 전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채권운용손익 뿐 아니라 자기자본투자(PI) 부문에서 메자닌·비상장 관련 평가손익도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2위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전년동기대비 4.5% 감소한 262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신용거래 등을 통한 이자수익, 채권·주식 등 금융자산 평가 및 처분 이익이 각각 59%, 23%씩 늘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환경의 회복과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확대에 힘입어 브로커리지 부문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며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투자자 니즈를 반영한 우량채와 발행어음 등 상품 공급으로 개인고객 자산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3위에 오른 삼성증권은 순이익 252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를 44% 가량 웃돈 수치다. 채권 금리 상승으로 트레이딩이 흑자전환한 영향이 컸다. 거래대금 증가로 순수탁수수료도 전분기대비 42% 늘었다. 주가 반등 속에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이 늘어나면서 금융상품판매수익도 성장했다. 조기상환 규모만큼 새 상품 수요가 생기고 그만큼 판매수수료도 늘어난다. 

작년 연간 순이익 7위까지 떨어졌던 미래에셋증권은 2382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전기대비 38% 증가했으며 운용손익도 284% 개선됐다. 지난해 실적 발목을 잡은 주범인 CJ CGV 전환사채 미매각 물량의 평가손실도 전년대비 개선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규모도 1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21년 10조원대에 돌입한지 2년만이다. 
 
메리츠증권은 순이익 1998억원을 기록해 5위를 차지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해 29.2%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분기 하이난항공 채권 회수로 일회성 수익이 발생하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낸데 따른 역기저 효과다. / 부동산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금융 수수료 수익도 60% 감소했다. 다만 채권 금리 안정화로 자산운용부문은 96% 늘어 이익을 방어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도 대부분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채권운용에서 손실을 크게 본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80% 증가한 18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전기대비 40% 늘고, 운용손익 및 관련 이자수지는 81% 뛰었다.

KB증권은 14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4% 늘었다. 신한투자증권도 14.3% 증가한 1194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찬가지로 수수료 수익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1000억원 미만의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낸 곳도 있다. 하나증권은 29.7% 감소한 834억원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은 21.0% 줄어든 523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 CFD 취급 잔액 /그래픽=비즈워치

CFD 리스크에 발목.. 미수채권·신용융자 부실위험

키움증권을 비롯한 대형증권사들의 올해 첫 분기 실적은 쾌조의 스타트를 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수단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 리스크가 도사린 탓이다.

주가조작 세력의 타깃이 된 8종목을 보유한 CFD 계좌에서 발생한 미수채권 규모가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들이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형사들의 CFD 거래잔액이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CFD 서비스를 제공 중인 13개 증권사의 거래잔액은 2조7697억원으로 집계된다. 증권사별로는 교보증권(6180억원), 키움증권(5576억원), 삼성증권(3503억원), 메리츠증권(3446억원), 하나증권(3400억원) 순으로 많다. 

물론 CFD 거래잔액이 반드시 이번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미수채권 규모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체적인 여파는 2분기 실적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증권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만 현재 집계된 CFD 관련 미수채권 금액은 5억원 안팎이라고 공개했다.

남준 메리츠증권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15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수채권이 발생한 계좌는 2계좌이며 미수채권 금액은 5억원 미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CFD 한도 내에서 특정종목에 대해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은 종목별로 10~50%로 제한하고 있다"며 "CFD에 문제가 됐던 투자자들이 메리츠증권 창구를 이용할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수채권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 외에도 8개 종목과 관련된 신용융자의 부실화 위험과 투자자들의 불완전판매 소송도 간접 리스크로 꼽힌다. 신용거래에 대한 투자자 불신과 당국이 관련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점 역시 리테일 사업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들의 신용도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1일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재검토를 예고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각 증권사의 미수채권 및 부실채권 관리, 회수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예일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CFD 익스포져가 많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손실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해당 종목(무더기 하한가 기록한 8종목)에 대한 직접적인 CFD 익스포져가 없거나 많지 않더라도 신용융자에서도 미수금액이 발생하여 직·간접적인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다소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별 CFD 거래 잔액과 이번 사태와 관련된 미수채권 규모가 비례하지 않아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며 "앞으로 추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관련 손실액은 반기 실적 집계에서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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