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인 하이일드 펀드에 볕이 들지 관심이다. 금융당국이 세제혜택 카드를 다시 꺼내 들어서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기대감이 묻어나는 분위기다. 금리인상이 사실상 끝물인 만큼 투자대안으로 부각되는 데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다시 약진해 수혜가 예상돼서다. 마침 올해 일몰 예정이던 공모주 우선 배정 적용 기한도 연장돼 정책 측면에서도 유리한 상황이다.
세제혜택 사라지고 IPO 찬바람 불자 '녹다운'
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하이일드혼합형 펀드(이하 하이일드 펀드) 22개에서 최근 1년간 빠져나간 설정액은 1조66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와 국내 채권형 펀드에 각각 8167억원, 4조1292억원이 유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1개월로 범위를 좁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독 하이일드 펀드에서만 설정액이 줄었다. 하이일드 펀드의 수나 설정액, 순자산이 주식·채권형 대비 소규모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같은 유출 규모는 두드러진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하이일드 펀드에는 막대한 자금 유입이 있었다. 역대급 시장 유동성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다. 실제 IPO 공모금액이 19조7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공모주 시장이 역대급 활황을 보인 2021년의 경우 하이일드 펀드에는 1조4000억원가량이 유입되는 등 인기를 누렸다.
자산의 45% 이상을 비우량 채권과 코넥스 상장주식에 투자하면 공모주 배정물량의 5%를 우선 받는 장점이 주효했다. 특히 우선 배정 혜택이 있지만 코스닥에 한정된 코스닥벤처 펀드와 달리 하이일드 펀드는 코스피 공모주도 받을 수 있다.
반면 작년 초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사라진 IPO 대어들에 공모주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자 이는 앞서 보듯 하이일드 펀드에도 대규모 자금 유출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세제혜택도 없어진 마당에 이 펀드에 대한 투자 유인을 투자자들은 찾지 못했던 것이다.
앞서 하이일드 펀드에는 2014년 4월 출시 당시부터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졌다. 처음에는 한도 투자금액이 5000만원에 달했는데 이는 3000만원으로 줄었다가 2018년부터는 과세혜택 자체가 없어졌다.
"투자 유인 크다"…운용사들 신규설정 '분주'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최근 잇단 규제 완화가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나온 완화책인데 내용상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혜택이 강력해서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이달 12일부터 내년 말까지 새로 가입한 하이일드 펀드에 대해 발생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가입일로부터 3년간, 1인당 펀드 가입금액 3000만원까지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이 그 대상이다.
현행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한 금액에 대해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과세한다. 종합소득이 커질수록 세금도 늘어나는 누진과세이기 때문에 분리과세는 투자자에겐 일종의 혜택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고액자산가들에게 적지 않은 투자 유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세금에 민감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을 끌 만한 혜택"이라며 "2014년 출시 당시 분리과세로 자금이 대거 유입됐던 만큼 이번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말 일몰이 예정됐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우선 종료 기한을 2025년까지로 2년 더 연장했다. 여기에 코스닥 공모주에 대한 우선 배정 비율은 기존 5%에서 10%로 상향한다. 올해 들어서만 중소형 공모주 5개(종가 기준 미래반도체, 스튜디오미르, 꿈비, 오브젠, 이노진)가 코스닥 상장 이후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에 형성한 후 상한가)을 찍은 가운데 IPO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이다.
자산운용사들도 모처럼 기대감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당장 12일부터 모집을 시작해 이달 안으로 설정하는 펀드를 계획하고 있다"며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 중인 하이일드 펀드 이외 새로운 하이일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IPO 시장이 대어없이 중소형주 위주로 흘러가는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