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들의 잇따른 상장에 공모시장은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내년에도 만만치 않은 예비 후보들이 상장 문턱을 두드리면서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공모주 배정 방식 개선안이 내년부터 완전 시행에 들어가는 만큼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참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일드펀드 등 공모주를 배정 받는 상품과 더불어 청약에 나설 경우 이중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공모주 투자자들이 고려할만한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내년 공모시장도 '불 타오르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국내 주식시장에 등판 예정인 기업들의 면면도 올해만큼이나 화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회사의 기업가치로 봤을 때 조 단위 기업들이 즐비한 게 특징이다.
내년 상장이 예상되는 기업들 중 '최대어'는 LG에너지솔루션을 꼽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배터리사업부가 분할돼 이달 1일 공식 출범한 신설 법인으로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약 40조~50조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온라인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앞세워 장외 시장에서 폭풍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크래프톤도 내년 상장 유망주로 거론되고 있는데 기업가치도 약 20조~30조원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올해 SK바이오팜에 바통을 이어 받아 청약 열풍을 이어 간 카카오게임즈와 한 지붕 식구인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등도 내년 주식시장 입성이 기대되는 기업들로 가치는 각각 최대 40조원과 10조원, 4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대표 백신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자회사 SK아이테클로지 등도 내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증권가에서는 기업가치를 최소 1조~2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쟁쟁한 후보들의 증시 입성이 점쳐지면서 내년 공모시장은 최근 5년 내 가장 활황을 보였던 2017년 수준을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7년 이후 상장 기업의 공모금액과 시가총액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한 이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 금액은 7조9700억원으로 8조원에 달했고, 시가총액은 3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1년 뒤인 2018년에는 각각 2조8000억원, 12조9000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고, 올해의 경우 이달 21일까지 각각 5조3000억원, 19조2000억원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2021년 상장 예정인 대어급 업체들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78조원, 공모규모는 약 15 조원으로 IPO(기업공개) 시장이 최근 5년 간 제일 뜨거웠던 2017년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년 공모에 유입되는 막대한 청약대금으로 인해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상장을 준비 중이었던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공모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제도 개편에 펀드 활용 '1석2조'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청약 물량 배정 방식이 개편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참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이일드 펀드 등 공모주를 배정 받는 상품을 활용하면 부가적인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일반 청약자 대상 공모주 배정방식을 변경하기로 발표했다. 현행 청약 증거금 기준 '비례방식'은 유지하되 균등 방식 도입을 통해 배정 물량 중 절반 이상은 소액 투자자들에게 배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우리사주조합 미달분 중 최대 5%, 하이일드 펀드 배정 물량 10%를 5%로 감축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물량이 기존 20%에서 최대 30%로 확대된다.
여기에 일반 청약자 물량의 50% 가량을 최소 증거금 이상을 납부한 모든 투자자들에게 균등 방식을 적용해 배정할 계획인데, 소액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는 만큼 유망 기업들의 등장과 함께 투자심리는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하이일드 펀드 등 공모주 상품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4년에 도입된 하이일드 펀드 10% 우선 배정 제도는 올해 말을 기준으로 일몰된다. 당장 내년 1월 증권신고서 제출건부터 하이일드 펀드 감축분 5%가 일반 청약자들에게 이전되기 때문에 펀드로 유입되는 물량은 줄어든다.
다만, 확보 가능한 물량이 존재해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 펀드를 활용하면 청약 직접 참여를 통해 배정 받은 물량에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모가 큰 상품일수록 배정 받은 물량을 각 펀드에 편입해야하기 때문에 효과가 희석될 수 있어서다.
김한상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과장은 "아무래도 다른 회사들 같은 경우 펀드 규모가 크고 개수가 많다보면 배정 받은 물량을 각 펀드에 배분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중소 펀드의 경우 유리한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펀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하이일드 펀드는 총 6개 상품으로 압축할 수 있다. 에셋원자산운용의 ▲에셋원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2 KTB자산운용의 ▲KTB코넥스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과 KTB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 흥국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흥국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현대인베스트먼트코넥스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 1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22일 기준 에셋원공모주코넥스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2의 순자산은 470억원, KTB코넥스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의 경우 1546억원, KTB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는 1655억원, 흥국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은 485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어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은 591억원, 현대인베스트먼트코넥스공모주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 1은 31억원 수준으로 나타내고 있다.
다만, 군소 펀드라고 무조건 눈여겨볼게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채권 관련 운용 레코드를 살펴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업 신용등급이 낮아 리스크가 크고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편입하는 하이일드펀드 성격 상 채권 운용에 있어 문제가 터지지 않아야 안정성과 수익률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주의 경우 청약을 하고 나서 물량을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서 배정과 관련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며 "오히려 채권 운용에 대해 확인하는 게 중요한데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투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가 잘돼야 하고 회사 크레딧을 어떻게 쌓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