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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사태' 일파만파…기술특례 허들 다시 높아지나

  • 2023.11.16(목) 09:59

현재 기술특례 예심 청구 기업 30곳 준비
금투업계, 기술특례 무용론 커질까 우려

코스닥 상장사 파두의 '뻥튀기 공모가' 의혹이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이던 기업들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국이 완화하기로 한 기술특례 상장심사 허들이 다시 높아질까 안절부절하는 분위기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 입성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47곳 가운데 30곳이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올해 해당 제도로 예비심사를 통과하거나 이미 상장한 기업도 36곳에 달한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의 성장성만 평가해 코스닥 시장에 특례 입학할 수 있는 '기술성장기업' 상장은 크게 기술특례방식과 성장성 추천방식으로 나뉜다. 기술특례는 전문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A등급,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성장성 추천은 말그대로 상장 주선인의 추천을 받는 방식이다. 

기술특례상장은 현재는 이익을 못내고 있지만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루트로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최근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파두는 지난 8월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영업이익이 적자지만 1조5000억원의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향후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었다. 주력 상품인 SSD 컨트롤러 생산 기술을 가진 곳이 소수에 불과한데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였다. 

공모가 산정에서도 미래 실적 추정치를 활용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주관사는 파두의 향후 2년간의 추정 순이익을 기반으로 산출한 주당순이익에 비교기업들의 산술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를 곱해 희망 공모가를 산출했다.

실제로 파두의 연간 매출액은 2020년 8억4000만원, 2021년 51억6000만원, 2022년 564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에도 176억60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발표 실적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두의 매출액은 2분기 60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6개월간의 매출액이 4억원도 되지 않은 것이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지만 1~3분기 누적 매출액도 180억원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상장 전 증권신고서에 제출한 올해 매출액 추정치(1203억원)와 큰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파두와 IPO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과도한 실적 추정치를 잡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파두가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날짜가 6월 30일이었고, 당시 2분기 잠정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회사와 주관사가 고의로 실적쇼크를 숨겼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공모주 투자자 등 피해 주주 모집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파두 사태로 기술특례상장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금융당국은 기술특례상장 제도 활성화를 위해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국가가 육성하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전문기관 1곳에서만 기술평가를 받아도 상장을 허용하고, 최대주주가 중견기업이더라도 기술특례상장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심사기간단축, 거래소-금감원 간 사전 정보공유 등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당국은 연내 이같은 내용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태로 시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제도 존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기술특례제도는 아직 적자라도 국내 주요 사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에 자금조달의 길을 열어주고 기술 고도화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주는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사태로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무용론 목소리가 더 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민감한 반응이 나오면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성장기업의 예상 매출액이 실제와 괴리가 있는 경우가 다수 있었지만, 파두의 경우 시가총액 규모가 컸던 때문에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현재는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두의 실적이 회사의 설명처럼 단기적으로 안좋은 건지, 장기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황인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투업계에서는 기술특례제도를 다시 고치는 문제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최소한 현재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거나 준비중인 기업들은 추정실적과 공모가 적정성에 대한 검증을 더 엄격하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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