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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에도 자신감 보인 '산일전기'…"상장 후 배당 늘릴 것"

  • 2024.07.15(월) 15:48

신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관련 특수변압기 제조
트럼프 리스크에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불가피"
박동석 대표 "새로운 주인에게 배당 늘릴 것"

특수변압기 제조사인 산일전기가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4호 타이틀에 도전한다. 과거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했다가 시장의 냉정한 가치평가에 좌절한 뒤, 20년 만에 코스피시장으로 증시 입성을 다시 노리는 것이다.  

산일전기는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 덕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뛰며 전력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는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수요로 장기간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은 슈퍼사이클 종료와 미국 대선 불확실성(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가능성) 등이 리스크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결국 산업의 흐름이 신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장 후 새로운 주인이 늘어난 만큼 주인됨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당을 늘려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백지현 기자jihyun100@

37년 동안 특수변압기 제조…해외매출 비중 압도적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이사는 15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37년 사업을 하면서 전기인들이 이렇게 대접 받은 적이 있었나 싶다"며 "20년 전 굴뚝기업으로 판단을 받고 좋은 기회를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년 전 상장을 준비하던 당시 직원들이 액면가로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그때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산일전기는 37년의 업력을 가진 회사다. 회사의 주요 제품은 산업용 특수변압기와 전력 제한에 쓰이는 리액터다. 이 두 상품은 작년 매출액 전체 중 84.7%를 차지한다. 

특수변압기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신재생에너지, 석유화학, 해양플랜트, 철도, 선박 등에 쓰인다. 특히 주목받는 수요처는 데이터센터다. 최근 생성형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고있다. 이에 따라 전기 장비 중 하나인 변력기도 슈퍼사이클 반도에 올랐다. 

산일전기는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매출액 중 83%가 해외에서 나왔다. 일본 도시바&미츠비시(TMEIC)와는 24년째 거래 중이며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SIEMEN)와도 수년째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PG&E)와 유럽 베스타스, 미국 듀크에너지 등 에너지기업들과 새롭게 공급계약을 맺었다.  

매출은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1년 648억3274만원, 2022년 1076억7410만원, 2023년 2145억3782만원으로 급등했다. 3년 평균 성장률은 82%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억8135만원, 121억8303만원, 466억455만원으로 평균 86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1억4332만원, 41억835만원, 390억5113만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수주가 1000억원가량 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200억원, 800억대로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이사는 "특수변압기, 리액터를 기반으로 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스펙과 최첨단의 산업에 대응해 왔다"며 "그런 것들을 수십 년 동안 해 온 것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주요매출처 미국…트럼프 리스크 우려도

회사는 변압기의 슈퍼사이클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표이사는 "데이터센터,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모두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전기 대형 수요처"라며 "과거엔 경제 성장에 따라 사이클이 만들어졌다면 지금은 수요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사이클이기 때문에 더 길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물류비나 원재료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구조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는 전기강판, 전기절연유, 알루미늄, 구리 등 원재료를 구매하는 비용에 2021년 370억원, 2022년 740억원, 2023년 1120억원을 사용했다.

주요 매출처가 미국인만큼 11월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리스크도 있다. 지난 2011년 미국 정부는 국내 변압기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바있다.  

박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 "당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그전에 호황이었던 변압기 수요가 넘치게 됐고, 미국 기업들이 반발하면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며 "지금은 나머지 물량을 미국업체가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수요가 낮아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기후문제 때문에 시작했지만 태양광이 1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단가가 석탄 화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왔다"며 "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 사업이었는데 이젠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전력망 공급을 과연 정부가 다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결국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동석 대표 등 지분 내놔…상장 후 배당 확대

회사가 이번에 공모하는 주식 수는 760만주다. 이 가운데 기존주주가 갖고 있는 구주매출 비중이 14.5%다. 구주를 내놓는 주주는 박동석 대표이사와 배우자 강은숙 씨로 이들은 각각 55만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현재 74.76%에서 상장 이후 55.19%로 낮아진다.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물량은 20.5%다. 

산일전기는 이번 IPO로 1824억원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420억원은 제 1공장 증설과 제2공장 신설에 쓰일 예정이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1공장의 생산규모는 3000억원이며, 제2공장이 지어지면 총 캐파는 6000억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향후 수주가 더 늘어날 경우 제 2공장 부지 내 설비를 늘릴 방침이다.

아울러 2차전지나 전기차 배터리처럼 미국이 변압기에도 현지 생산 우대 정책을 적용할 경우에 대비해 해외 시설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산일전기 관계자는 "현지에서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조립 공정만 하는 설비를 생각하고 있다"며 "요청이 오는 것에 대비해 즉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일전기는 배당 확대 계획도 밝혔다. 회사는 지난 2년간 연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1%다. 박 대표이사는 "과거 직원들과 고객들이 중심으로 사업을 했다면 이제 새롭게 늘어난 주인들도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당을 점진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희망공모가는 2만4000원~3만원이다. 15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마친 후 17일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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