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요. 증권신고서란 다수의 투자자에게 증권(주식·채권 등)을 팔아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할 때 본인들이 어떤 회사인지 금융당국과 시장투자자에게 신고하는 서류이죠. 특히 더본코리아처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회사는 처음으로 회사 정보를 구체적으로 외부에 알리는 절차이기도 해요.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이상 없음' 판정을 내려야 더본코리아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증권을 사달라고 권유할 수 있어요. 더본코리아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공시줍줍에서 시리즈로 정리해볼게요. [편집자]
1994년 다인인더스트리얼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더본코리아는 현재 유통사업, 호텔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죠.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외식 프랜차이즈(가맹사업). 올해 상반기 자회사를 더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가맹사업의 매출 비중은 85%로 유통(13%), 호텔(2%), 기타사업(1%)을 압도해요.
프랜차이즈 산업은 본사(프랜차이저)가 가맹점(프랜차이지)에게 브랜드, 레시피, 식재료, 운영매뉴얼, 교육, 홍보 등을 제공하고 가맹점은 그 대가 일정한 로열티나 가맹금을 지불하는 사업구조이죠. 이 과정에서 본사와 가맹점 간 신뢰·상생이 매우 중요한데, 더본코리아가 상장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연돈볼카츠 사태가 터졌죠.
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하나인 연돈볼카츠 점주 가운데 8명이 구성한 가맹점주협의회가 2023년 12월 경기도청에 분쟁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인데요. 가맹점주협의회는 더본코리아가 예상매출액, 예상수익률, 원가율에 대한 허위 또는 과장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더본코리아와의 협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해당 분쟁은 올해 7월 정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심의 단계로 넘어갔어요.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진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요.
연돈볼카츠는 2021년 영업을 시작한 브랜드로 더본코리아 전체 브랜드 중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아직은 크지 않아요. 따라서 향후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더라도 회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제재 결과에 따라 더본코리아란 브랜드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다른 가맹점과의 추가적 분쟁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백종원 대표를 비롯한 더본코리아 측과 가맹점주협의회의 주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증권신고서에 나온 자료를 토대로 연돈볼카츠의 상황을 유추해봤는데요. 참고로 증권신고서에는 연도별 기초·기말 점포 수, 신규출점 수, 폐점 수 등만 기재돼 있고 폐점률, 개점률 같은 2차 통계는 적혀있지 않아요.
연돈볼카츠는 2021년 4개 신규점포로 영업을 시작한 이후 이듬해 2022년 무려 75개 점포가 추가로 더 생겼어요. 다만 같은 해 11개 점포가 폐점했어요. 따라서 2022년 연돈볼카츠의 폐점률은 13.92%(당해연도 폐점 수(11개)/연초 기초점포(4개)+신규출점 수(75개))를 기록했는데요.
같은 공식으로 구한 폐점률은 2023년 31.94%로 두배 넘게 치솟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30.61%를 기록했어요. 2023년 신규출점이 4개에 그친 반면 폐점은 무려 23개에 달했고요. 올해 상반기에는 신규출점 자체가 전무한 상황(개점률 0%)에서 15개 점포가 추가로 문을 닫았어요.
그렇다면 연돈볼카츠의 30%대 폐점률은 높은 것일까요. 아니면 그나마 양호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요.
상대 비교를 위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더본코리아 브랜드(올해 상반기말 점포 수 10곳 이상인 브랜드 18개 기준) 폐점률 평균을 구해본 결과 3.27%가 나왔어요. 이 숫자를 보면 연돈볼카츠의 폐점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올해 상반기 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폐점률 1위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고요. 작년에도 리춘시장(중식)과 함께 유이하게 30% 이상의 폐점률을 기록했어요. 참고로 리춘시장은 올 상반기 말 기준 점포 수 14개로 연돈볼카츠(34개)의 절반 규모 브랜드이고요.
참고자료 하나 더 보도록 하죠.
프랜차이즈 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부처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프랜차이즈 주요 업종별 폐점률 현황을 발표하는데요. 연돈볼카츠의 업종(경양식)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통계는 없어요. 다만 유사한 한식과 치킨업종 폐점률은 가장 최근 자료(2022년) 기준 각각 18.2%, 14.2%를 기록했어요. 이 숫자는 연도별로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아요. (2021년 한식 14.5%, 치킨 13.7%)
연돈볼카츠의 2022년 폐점률(13.92%)은 해당연도 유사업종 평균과 비슷하지만, 문제는 브랜드 출범 3년 차인 2023년부터 폐점률이 급격히 치솟았다는 점이죠.
참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용하는 폐점률 공식(당해연도 폐점 수/당해년도 말 점포 수)은 제가 계산해본 공식보다 더 보수적인데요. 이 공식을 대입하면 올 상반기 연돈볼카츠 폐점률은 44.12%(폐점 수 15개/상반기말 점포 수 34개)로 훨씬 더 높다는 점.
물론 다른 브랜드보다 연돈볼카츠의 업력이 오래되지 않았고 전체 점포 수가 아주 많은 곳은 아니라는 점(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9번째) 등을 감안하면 통계상 변수는 존재해요.
그렇다고 신규 출점은 갈수록 줄고 폐점 점포는 많아지는 상황. 그리고 2년째 10곳 중 평균적으로 3곳 이상이 문을 닫는 상황. 이런 숫자가 말해주는 연돈볼카츠의 최근 모습이 마냥 '괜찮다'라고 볼 수도 없는 게 합리적 판단이겠죠.
더본코리아가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터진 연돈볼카츠 사태는 가맹점주뿐 아니라 자본시장에서도 큰 관심이었는데요. 상장하려면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거래소는 더본코리아에 몇 가지 조건을 요구했어요.
첫 번째, 연돈볼카츠 관련 분쟁내용을 상세하게 공시할 것. 이는 증권신고서에 기재했고요. 두 번째 조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바로 본사가 가맹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거죠. 구체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신메뉴 개발, 지속적인 교육, 브랜드 홍보에 최선을 다할 것 등을 요구했어요. 상장을 준비해온 더본코리아는 이를 지키겠다고 약속했고요.
백종원 대표는 최근 공식 유튜브채널(PAIK JONG WON)에서 연돈볼카츠의 신메뉴 '뚜열치'(뚜껑열린치킨 도시락) 탄생 과정을 설명하고 직접 먹방을 선보이기도 했어요. 이는 한국거래소가 상장의 조건으로 요구한 내용이자 더본코리아가 약속한 내용인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신메뉴 개발'과 무관하지 않은 흐름이죠. 부디 뚜열치가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선사해주길 바라고 응원해요.
이왕 글이 길어진 김에 하나 더.
증권신고서를 볼 때는 무엇보다 '투자위험요소'란 항목을 주의 깊게 봐야 해요. 회사가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점이나 한계를 셀프고백하는 내용이어서 산업과 회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요. 지금까지 살펴본 연돈볼카츠 관련 내용도 '투자위험요소' 중 '회사 위험' 편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심사할 때 '통과냐, 정정요구냐'를 가르는 중요 문턱도 바로 이 항목이죠.
더본코리아는 다른 프랜차이즈가 가지지 못한 독특한 장점이 있어요. 최대주주이기도 한 백종원 대표가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고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별도로 광고를 많이 하지 않아도 프랜차이즈 홍보 효과를 누리는 것인데요.
백종원 대표 자신도 '본인이 방송에 자주 나가는 이유'로 자주 언급하는 대목이죠. 다른 프랜차이즈처럼 광고모델을 쓰면 결국 점주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고, 그래서 자신이 방송에서 인지도를 높여 광고모델을 안 써도 되는 비용절감 전략이라고 말이죠. 이런 백종원 대표의 시각은 고가의 광고모델비가 가맹점주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 다른 프랜차이즈 사례들과 비교되는 대목이에요.
다만 언제나 장점이 있으면 반대급부도 생길 수 있는 법. 더본코리아는 증권신고서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이렇게 밝혔어요.
증권신고서 제출일 현재 백종원 대표이사는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평판 하락 사건에 연루된 사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백종원 대표이사의 개인적 일탈로 인한 평판 하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이 경우 소비자의 수요 감소를 야기하여 당사의 경영성과 및 재무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