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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인센티브, 주기적 지정제 '면제' 대신 '유예'

  • 2024.10.31(목) 10:00

금융위, 회계업계 우려 반영해 방향 선회
유예 기준 연내 마련해 2026년부터 적용
표준감사시간 적용 유예도 연장키로

금융당국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면제' 대신 지정을 3년간 유예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 면제 혜택이 회계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회계업계의 우려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올해 안에 지정 유예 대상을 선별하는 평가 기준을 마련한 후 2026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김병환 "회계분야 평가 우리 경제위상에 못미쳐"

금융위원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제7회 회계의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윤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참석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아직 회계분야에 대한 평가가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위상에는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계속되는 회계부정 사건뿐만 아니라 국내 전문가들의 우리 회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반영한다"고 말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위지만 회계분야에선 41위에 그친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회계투명성 설문 점수도 2021년 4.77점2022년 4.66점2023년 4.63점으로 매년 하락세다.

김 위원장은 회계업계가 신외감법(2018년 도입한 개정 외부감사법) 이후 높아진 기업들의 감사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기업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계에도 견고한 내부회계관리를 구축할 것을 당부했다. 밸류업 인센티브 주기적 지정제 3년 유예안 추진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우수 기업에 대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3년 유예해주는 인센티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동시에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 회계투명성을 높이는게 정책의 목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초 정부는 밸류업 우수 기업을 선정해 주기적 지정제 적용을 면제해주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6년 감사인을 선임하고, 이후 3년 동안은 금융당국이 감사인이 지정하는 제도다. 신외감법의 핵심인 이 제도를 인센티브로 제시하자, 회계업계에서는 회계개혁을 후퇴시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결국 금융위도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면제 대신 유예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위는 지배구조 우수 기업 가운데 감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내부회계관리의 효율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세부기준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실제 평가를 진행하고, 2026년부터 지정 유예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밸류업 우수기업에 주기적 지정 유예 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해 회계업계의 우려가 없도록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시부터 지배구조를 충실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밸류업 우수기업 중에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가 취약하거나 회계부정 우려가 큰 경우에 대해서는 가점대상에서 제외되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표준감사시간 적용 유예 연장·IFRS 18 연착륙 지원

아울러 금융위는 기업들의 감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표준감사시간 제도 등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표준감사시간이란 회계법인이 기업 감사에서 투입해야할 평균적 감사시간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한 산식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의 표준감사시간을 정해진다. 이는 주기적 지정제와 함께 신외감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다. 당초 정부는 이 제도를 감사품질을 위해 일정수준 이상 감사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했지만, 경영계에서는 사실상 강행규정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금융위는 앞으로 표준감사시간을 적용할 때 외부감사 효율성을 높이려는 기업의 노력 등을 차감요건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또 자산이 2조원 미만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부분 적용을 연장하고 자산 200억 미만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2027년까지 적용 유예기간을 늘려주기로 했다. 

금융위는 2027년 1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8) 제도의 연착륙도 지원한다. IFRS 18이 도입되면 기업들은 영업손익을 투자, 재무, 법인세, 중단영업 손익을 제외한 잔여범주 개념으로 정의해야 한다. 손익계산서에는 손익을 영업, 투자, 재무 등 발생원천별로 분류해 표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그간 관련 TF를 통해 자본시장이나 기업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왔으며 연내 점검사항과 대응방안을 담은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의견 수렴을 거쳐 2025년 중 최종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날 공유한 정책방향과 제도개선안을 정리해 연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개혁 안착을 위해 기업 애로사항을 파악해 정부에 전달하고, 공인회계사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입 회계사 채용난 해결을 위해서 한공회 내 실무수습 지원 방안도 준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지속적인 품질관리 개선 노력을 보이는 중소형 회계법인이 더 큰 규모의 지정대상회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회계법인 간 감사품질 경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 상장사 감사인 등록요건 구체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감사기법 도입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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