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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홈플러스 단기물 사기발행 의혹 밝힐 수 있을까

  • 2025.03.18(화) 15:22

증권사·신평사 우회검사로 사실 확인 나선 금감원
홈플러스·MBK 현행 규정상 검사권 발동키 어려워

금융감독당국이 홈플러스 기업어음(CP) 및 전자단기사채 부실 사태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의 운신 폭은 넓지 않다. 현행법상으론 이번 사태의 핵심인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직접 건드리기 쉽지 않아 증권사와 신용평가사로 검사 범위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사모펀드 검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펀드 운영상 문제가 적발되는 경우에만 검사권을 작동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김광일 공동대표(MBK 부회장)를 비롯한 홈플러스 임원진이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전자단기사채의 판매잔액은 총 5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개인에게 판매된 금액은 2075억원이다. 나머지 3327억원은 중소기업 등 일반법인에 팔렸다. 

시장의 예측처럼 발행된 단기물의 행방은 연기금, 공제회 등 대형기관보다는 개인과 중소법인의 주머니에 쏠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의 시발점이 됐던 단기물 신용등급 하락(A3A3-)이 있기 전에도 대형 기관이 선호하는 투자상품이 아니라고 봤다. 익명의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A3-은 사실상 투기등급 직전이어서 하이일드펀드 외에는 담기 어려운 채권"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2월에만 총 11회에 걸쳐 단기물을 발행했다. 규모는 1807억원이다.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일주일 전인 2월25일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820억원어치를 발행했으며, 이때 신영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이후 2월28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고, 홈플러스는 이달 4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절차에 돌입했다. 

'ABCP 발행→신용등급 하락→기업회생 신청'이 단 며칠 간격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과거 동양사태·LIG사태처럼 사기발행 의혹이 쏟아졌다. LIG그룹은 2011년 기업회생신청을 앞두고 2154억원어치 CP와 ABCP를 발행했고 사기혐의로 기소됐다. 동양그룹은 2013년 부도 위험 사실을 은폐한 채 동양증권을 통해 1조3000억원대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사기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았다. 

홈플러스는 당초 신용등급 리포트가 나온 당일(2월 28일) 등급하락 사실을 알게됐다고 했지만, 이후 ABSTB를 발행한 2월25일 등급 강등 통보를 받았다고 말을 바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기발행 논란이 가속화 되자 금감원은 지난 주부터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검사의 핵심은 홈플러스가 등급하락 사실을 미리 알고도 단기물을 발행했는지 여부다.

홈플러스가 발행주체이지만 금감원은 상장사도, 금융회사도 아닌 홈플러스엔 감독 권한이 없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발행주관을 맡았던 증권사와 신용등급 하락 의견을 낸 신평사를 먼저 살펴보기로했다. 금감원은 신영증권의 인수 경위와 발행 주관 당시 등급하락 사전 인지 여부를 조사하는 동시에 발생사와 접촉 내용도 들여다 보기로 했다. 신평사 검사에서도 등급 조정과 관련해 홈플러스와 논의한 내용를 살피고 있다. 

이제 막 검사에 착수했지만 금감원 내부에선 '쉽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감원이 가진 검사 권한으로는 단기물 발행을 결정권을 쥔 홈플러스의 경영진과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어려운 탓이다.  

금감원이 쉬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권을 꺼내지 못하는 이유는 GP로서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운영에 문제가 있을 때만 검사권을 발동할 수 있는 탓이다. MBK파트너스는 한 기업의 경영권을 취득할 때 본인 돈만 출자하는게 아니다. 기관 전용 PEF를 만들고 연기금과 공제회 등의 자금을 받는다. MBK파트너스는 GP로 펀드 포트폴리오 및 수익률 관리를 담당한다.

자본시장법상 금감원은 금융시장 안정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기관전용 PEF의 업무와 재산상황에 관해 GP를 검사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분에만 접근할 수 있지만 실질은 홈플러스"라며 "밖에서 기대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PEF 제도개선에 착수한 것과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과거에는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기업 내지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채권자, 인수한 PEF 모두가 조정을 통해 충돌이 크지 않았던 반면 최근에는 과거에 없었던 상황이 생기고 있다"며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와 관련, 여러 작용과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연구원에 용역을 발주해놨고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미 시작한 신영증권과 신평사 검사에 일단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로 검사 범위를 넓힐지에 대해 "진행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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