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와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캘스터스(CALSTRS)가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의사를 밝혔다.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두 연기금의 표심이 엇갈렸다. 캘퍼스는 영풍‧MBK파트너스 손을 들어준 반면 캘스터스는 양측 후보에 균형적 지지를 보냈다.
주목받는 건 캘스터스다.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후보를 모두 반대하고 영풍·MBK 후보만 지지했으나, 이번에는 중립으로 돌아섰다.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을 통한 견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 중심의 경영 유지에도 지지 의사를 보낸 것으로 읽힌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캘퍼스와 캘스터스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고려아연 정기주총 의결권행사 방향을 확정했다.
캘퍼스와 캘스터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이사수 상한(19명) 설정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2-1호 안건)에 모두 찬성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 이사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한다'로만 되어있는데 '3인 이상 19인 이하'로 상한을 명시하는 내용이다.
영풍·MBK는 해당 안건에 대해 자신들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는 시기를 늦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목적이라며 반대한다.
그러나 두 곳의 북미 연기금은 일반적으로 이사회의 비대화를 경계하는 글로벌 의결권자문기관의 의견에 보조를 맞추며 해당 안건에 고려아연 이사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연기금은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도 이사수 상한 안건에 찬성하며 일관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해당 안건은 영풍의 의결권이 배제된 가운데 임시주총을 통과했지만, 법원이 효력을 정지하면서 이번 정기주총에서 재표결에 들어간다.
두 연기금은 이사수 상한 설정을 전제로 한 이사선임 안건(제3호 안건)에서는 표심이 엇갈렸다.
캘퍼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안한 △박기덕 △권순범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등 총 5명의 후보자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영풍‧MBK 측이 올린 이사후보 17명에 대해선 일부 찬성, 일부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4명 중 김광일 MBK부회장에만 찬성표를 던졌고 △강성두 영풍 사장 △김정환 MBK 부사장 △조영호 코리아써키트 경영관리실장(사장) 3명은 반대했다. 캘퍼스는 또 영풍‧MBK 측이 올린 사외이사 후보 13명 중 10명은 반대하고 3명에 대해서만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캘퍼스는 고려아연 후보를 모두 반대하고, 영풍·MBK 후보 4명만 찬성한 것이다.
반면 캘스터스는 캘퍼스와는 사뭇 다르게 고려아연 후보 5명 중 4명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했고 그 외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후보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유일하게 권순범 후보만 반대했다.
캘스터스는 또 영풍‧MBK가 올린 이사 후보 중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키맨' 강성두 영풍 사장‧김광일 MBK부회장을 비롯해 기타비상무이사 후보 4명 모두에 반대표를 던져 눈길을 끈다. 영풍‧MBK의 사외이사 후보 중에서도 △김용진 △김재섭 △손호상 △정창화 △천준범 5명 후보만 찬성하고 나머지 8명 후보를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캘스터스는 고려아연 후보 4명, 영풍·MBK 후보 5명을 찬성했다. 캘스터스는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는 고려아연 후보 전원을 반대했고, 영풍·MBK 후보 4명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번에는 표심이 달라진 것이다.
캘스터스는 이사수상한 안건 부결을 전제로한 이사선임(4호 안건) 방식에서도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12명 선임 방안을 지지(영풍·MBK는 17명 선임 제안)했다.
또 이를 전제로 고려아연 후보 7명 중 6명 찬성(사퇴한 권재열 후보 제외), 영풍·MBK 후보 17명 중 8명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