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형 아이폰 출시 이후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일본 휴대폰 시장은 소니나 샤프 등 토종 브랜드가 아니면 잘 팔리지 않아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린다. 삼성전자도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인데 애플이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MM연구소 자료를 인용,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아이폰의 일본 시장점유율이 37%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비슷한 기간 미국에서의 아이폰 시장점유율(36%) 보다 1%포인트 앞서는 수치다.
앞서 홍콩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지난 9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3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지난 7~8월까지 일본에서 3위 정도에 그쳤으나 9월 아이폰5S·5C 출시 이후 단숨에 1위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아이폰이 일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5% 점유율을 기록, ‘비(非)일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6년 연속 1위를 지켰던 일본 샤프는 14% 점유율에 그쳐 2위로 밀려났다.
WSJ은 "애플이 일본이란 예상 외 국가에서 선전하고 있다"며 주목했다. 일본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지난 1990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로 내수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성장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은 중국과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큰 나라라고 WSJ은 소개했다.
▲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가 집계한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제조사별 점유율 추이. |
일본 소비자들은 자국 브랜드 외에는 눈길을 주지 않아 외산 브랜드가 고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도 일본에서는 현지 브랜드에 밀려 간신히 상위 5위권에 들어갈 정도다. 삼성전자는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1위를 지키고 있으나 유독 일본에서만 고전하고 있다.
애플이 일본 시장에서 질주하는 배경은 아이폰 자체의 브랜드 파워에다 현지 이동통신업체 1위인 NTT도코모의 위력이 더해져서다. NTT도코모는 지난 9월20일부터 신형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그동안 일본에서 2∼3위 업체들인 KDDI(AU)와 소프트뱅크에만 아이폰을 공급해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NTT도코모와 손을 잡았다.
NTT도코모는 가입자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판촉을 벌였다. 경쟁 통신사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아이폰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했고, 기존 가입자들이 단말기를 교체 할 때에도 인센티브를 주면서 이탈을 막았다. WSJ은 루이비통이나 버버리 등 고급 브랜드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성향도 맞아 떨어지면서 아이폰이 흥행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은 일본에서 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투자은행 코웬앤코는 올해 일본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1100만~1200만대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의 두배에 해당한다. 아울러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말에는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이용자 2명 가운데 한명은 아이폰을 쓴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