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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공정위, 상 줬다 도로 뺏은 사연

  • 2014.10.20(월) 13:29

평가방법 갑자기 바꾸고 소급 적용 논란

열심히 일한 공로를 인정 받아 '올해의 우수 사원'으로 뽑힌 직장인이 있었습니다. 표창과 함께 인센티브까지 받았는데 회사로부터 돌연 "없던 일로 하자"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회사측은 2년 전 근태가 불량하다는 점을 들었는데요. 왜 과거 일을 문제 삼아 한번 결정한 사안을 뒤집냐고 하니 회사측으로부터 "평가 방법을 바꿨다"는 답이 왔습니다.

 

허탈한 이야기인데요.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동반성장지수 우수 기업'들에 줬던 혜택을 취소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실제 사례를 비유한 것입니다. 공정위가 과거 일을 들춰내 기업들에 줬던 표창과 인센티브를 도로 뺏어간 것인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정위는 동반성장위원회와 함께 해마다 대기업을 상대로 불공정 하도급 행위가 없었는지를 평가해 점수를 매깁니다. 하도급 업체에 이른바 '갑(甲)' 행세를 했는 지 일일이 조사해 상이나 벌을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점수가 85점 이상이면 '양호' 등급을 주고 '실태조사 1년간 면제'라는 혜택과 공정거래위원장 명의의 표창장을 주는 식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기관이 나서 불공정 행위 조사를 하는 것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인데요. 이를 면제 받는 것은 그 자체로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이고, 이를 내세워 다른 사업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공정위가 이번에 상과 혜택을 줬다가 도로 뺏은 곳은 KT, SK C&C, LG하우시스 3개 업체인데요. 이들 기업은 평가 성적이 최소 85점 이상으로 공정위로부터 동반성장 노력을 인정받은 곳입니다. 공정위는 지난 6월에 이들을 포함한 총 86개사에 대해 표창과 혜택을 줬는데요. 돌연 넉달 만에 3개사에 대한 지위 등을 박탈한 것입니다.

 

공정위는 이들 세곳이 과거에 하도급법을 위반해 최근 시정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공정위 얘기를 들어보죠. 먼저 KT에는 지난 2011년에 있었던 부당 행위로 지난 6월에 과징금 처분을 내렸습니다. SK C&C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부당한 행위로 인해 지난 5월 과징금 처분을, LG 하우시스 역시 지난 2011~2013년 기간 동안 부당한 기술자료 제공 요구 행위로 인해 지난 8월에 시정명령 처분을 했습니다.

 

공정위는 이처럼 과거에라도 법을 위반했다면 가차없이 상과 혜택을 취소하기로 했는데요. 이는 "평가의 근간 및 신뢰를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정위는 한걸음 더 나아가 평가 방법도 바꿨습니다. 기존에는 기업이 과거에 불공정 행위를 했어도 그 이후에 동반성장 노력을 제대로 했다면 과거 일은 들춰내지 않았으나 이제는 과거 잘못도 소급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해당 기업들은 상이나 혜택이 날아가게 된 것은 물론이고, 대외적으로도 졸지에 '나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 셈입니다. 당연히 당혹스럽고 억울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번 취소 건에 대해 최소한 소명 기회라도 줘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없었다고 합니다.

 

공정위가 이미 평가를 끝낸 사안을 가지고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일단 이중 제재 조치가 될 수 있겠죠. 공정위는 지난해 평가 실적을 토대로 올 6월 이들 3개 기업에 표창과 인센티브를 준다고 발표했는데요. 발표를 전후해 이들 기업의 과거 사안을 가지고 과징금 처분을 각각 내렸습니다. 2013년 평가 결과와 별개로 과거 일에 대해 벌을 내린 것입니다.

 

이렇게 마무리 지었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공정위는 달랐습니다. 작년 평가 결과에 최근 과징금 처분을 반영해 버린 것입니다. 정부 기관이 어느날 갑자기  발표 결과를 번복하는 자기모순에 빠진 것입니다. 정책의 일관성과 법적 안정성을 흐트린 것인데요.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넉달 전에 이와 관련한 지적이 나왔으나 당시 공정위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6월 일각에서는 "최우수 평가를 받은 대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불공정 하도급 행위 전력이 있다"며 "평가 공정성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보도된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관련 조치를 했거나 할 예정이고, 2013년 실적을 평가하는 이번 평가와 무관하다"고 입장을 내놨는데요. 넉달 전에는 "이번  평가와 무관하다"고 했다가 이제와서 말을 바꾼 것입니다.

 

정부 기관의 말 한마디가 때론 민간 기업을 위험한 상황에 내모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사이버 전담수사팀 설치' 발언 이후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휘말리면서 이용자 신뢰면에서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받았는데요. 공정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으로서 권위를 가지려면 신중하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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