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아이폰6 대란'을 놓고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가운데 이를 피해 온라인 불법 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은 먹혀들지 않고 불법 보조금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SKT 고객 기변행사..갤럭시S5/노트4/G3/아이폰6 현금지원'
문자는 웹 발신으로 이뤄졌으며, 스팸 방지를 위해 특수문자를 군데군데 써가면서 보낸 탓에 피싱이 아닐까 우려도 했지만 해당 유선번호로 전화를 거니 '핸드폰총판 콜센터'라는 안내멘트 후 상담원이 곧 연결됐다.
상담원은 이날 오후 5시30분까지만 가입접수를 받는다며 유창하게 안내를 시작했다. 우선 SK텔레콤 가입고객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가운데 번호가 무엇인지 물었고, 4개월간 85 요금제를 써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 4개월 후 요금제 변경도 가능하지만 85 보다 낮은 요금제로 변경할 땐 위약금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SK텔레콤이 공시한 애플 아이폰6(16기가·24개월약정·LTE전국민무한85요금제 기준) 출고가는 78만9800원, 지원금은 14만4000원, 판매가는 64만5800원 이었다. 대리점 추가 지원금 15%(2만1600원)를 감안하더라도 실판매가는 62만4200원이고, 매월 단말기 할부금은 2만6008원이다.
반면 전화상담원이 제시한 매월 단말기 할부금은 1만7939원이었다. 매월 8069원, 24개월에 19만여원의 추가할인을 해준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전자 갤럭시S5의 경우도 추가할인가를 제기했다. SK텔레콤 공시에 따르면 출고가 86만6800원, 지원금 15만3000원, 판매가 71만3800원이므로 추가 지원금 15%(2만2950원)를 감안하면 실판매가는 69만850원이었다. 단말기 할부금이 매월 2만8785원인 셈이다.
하지만 전화상담원은 갤럭시S5는 단말기 할부금 1만9100원을 제시했다. 24개월에 23만여원의 추가할인을 해준다는 뜻이다. 아이폰6 보조금대란이 일었던 10월31일∼11월1일 상황과 비교하면 규모만 줄었을 뿐 불법보조금 실태는 여전했다.
특히 가입은 사용자 주소지를 알려주면 가입신청서를 보내 접수를 받은 뒤 진행하는 방식을 취했다. 물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또 다른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 같은 불법보조금 상황이 끝이지 않는데 대해 "아이폰6 대란과 같은 스팟성 불법 지원금 지급 사례를 이유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면서 "법을 어겨 불법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한 행위 자체가 문제이지, 위법 행위가 발생했다고 해서 법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 규제에 한계점을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동통신사들이 대리점·판매점에 판매장려금과 가입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지급하고 있는데, 대리점·판매점만 탓하고 있는 구조가 문제라는 뜻이다. 비교하자면 분쟁지역에 무기를 공급하는 무기상들은 여전한데, 분쟁지역에서 총을 쏜 이들만 비난하는 것은 잘못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통법을 보완하겠다고 더 강력한 규제를 들고나오면 부작용은 오히려 더 심해질 것"이라며 "시장 메커니즘과 엇나간 규제를 도입하지 말고 시장원리에 문제해결을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