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3년 실시한 인터넷중독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5∼54세 인터넷 이용자중 인터넷중독위험군은 7.0%(약 220만명)나 된다.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25.5%(약 111만명)에 달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은 처음에는 무기력, 업무(학습)능력 저하로 시작되다가 급기야 충동적이며 행동통제에 어려움을 느끼기 수준에 이른다. 이러한 중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방교육, 상담 등을 통한 적극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온라인게임·스마트기기 중독의 실체와 그에 따른 악영향, 해결 방법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경북 구미시에 사는 정모(23·무직)씨는 작년 2월24일부터 3월7일까지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 모텔, 찜질방을 전전했다. 정씨는 2∼3일에 한 번씩만 집에 들러 생후 27개월 된 아들에게 가벼운 먹을 것만 주다가, 3월7일 오후 아들이 숨진 것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집을 나와 다시 모텔과 친구 집을 전전했다. 이후 3월31일 귀가한 그는 심하게 부패한 시신을 담요에 싸 베란다에 옮겨 놓았다.
주부 김모(35)씨는 스마트폰만 너무 좋아하는 남편이 늘 불만이다. 남편은 주말이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거나 동영상을 본다. 어린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변화가 없다. 하루는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하자 "평소 직장일로 스트레스가 많은데 스마트폰을 하는 동안 유일하게 편히 쉴 수 있다"면서 오히려 난리다. 이들 부부는 점점 대화가 사라졌고, 남편과 아이들 관계도 멀어지는 느낌이다.
두 사례 모두 실화다. 첫번째 게임 중독 사례는 작년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두번째 스마트폰 중독 사례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 접수된 상담 내용이다. 인터넷, 게임, 스마트기기는 이미 우리 생활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폐해도 크다. 문제는 어느 정도만, 어떻게, 어떤 용도로 활용하느냐 이다. 적절하면 약인데 과하면 독이다.

◇어느 선 넘으면 중독일까
인터넷중독대응센터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이란 인터넷을 과다 사용해 인터넷 사용에 대한 금단과 내성을 지니고 있고, 이로 인해 이용자의 일상생활 장애가 유발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들어 인터넷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인터넷을 할 생각만 한다던가, 인터넷에서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중독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대부분의 시간을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보내거나, 처음에 의도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하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술·담배에서 나타나는 중독 증상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중독도 내성과 금단 현상이 있다. 이전과 똑같은 만족을 얻기 위해선 인터넷에 몰두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내용도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아 나선다. 반대로 인터넷을 하지 않으면 불안, 우울, 초조감에 시달려 안절부절 못하다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불안하고 초조한 현상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쯤되면 일상생활에 장애를 느끼게 된다. 초반에는 근무(수업)시간에 졸다가 꾸중을 듣거나 가끔 멍하니 앉아 있는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 지각하기도 한다. 중독 증상이 강해지면 지각, 조퇴, 결석(결근)을 자주하게 되고 거짓말이나 주변사람을 속이기 시작한다. 면대면으로 만나는 현실적인 대인관계보다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친밀감과 안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도 생긴다. 급기야 인터넷 사용조절이 안되고, 충동적이며 행동통제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들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떨어져 고립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 중독 유형도 다양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보다 정보 수집 자체에 집착해 강박적으로 웹사이트나 자료를 검색하는 정보검색 중독, 게임에 접속해 자기 통제력을 잃고 병적으로 집착해 사용하는 온라인게임 중독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문자 또는 대화에 과도하게 집착해 심각한 사회적·정신적·육체적·금전적 지장을 초래하는 채팅중독, 섹스·포르노 등의 내용물을 담고 있는 인터넷사이트 등을 강박적으로 계속 드나드는 음란물 중독도 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외부와 벽 쌓는일'
2009년말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단순 통화 기능을 넘어선 작은 PC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어서다. 이후 이동통신 기술까지 발전하면서 데이터 사용이 빨라지자 동영상 보기, 책 읽기, 게임하기, 뉴스·정보 검색하기 등 대부분의 활동을 스마트폰으로 하게 됐다. 불과 4∼5년 사이 변화다.
하지만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스마트기기 중독 증상을 불러왔다. 친구 가족 직장동료들과 같이 있어도 서로 대화없이 각자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광경은 더이상 이상하지도 않지만 분명 중독 증상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스마트기기 사용시간을 줄이려 해보았지만 실패했다 △스마트기기 사용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습관화 되어 그만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한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고 초조하다 △스마트기기가 없으면 일(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등의 증상을 느낀다면 스마트 기기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기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불면증에 걸리거나 대인관계 장애를 느끼게 된다고 지적한다. 손목이 아프거나 거북이 목이 되는 현상도 연관성이 있다. 이는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예를들어 아이가 심하게 떼쓰고 울다가도 스마트폰만 쥐어주면 뚝 그쳐, 스마트폰을 아이 달래기용으로 쓰고 있다면 유아 스마트폰 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 유아 스마트폰 증후군은 6세 미만의 아이들이 스마트폰 동영상, 게임 등의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자극에 장시간 노출되어 우뇌가 발달해야 하는 직관적 사고기에 좌뇌가 과도하게 발달해 나타난다. 우뇌가 발달해야 할 시기에 좌뇌가 발달하면 뇌의 불균형을 가져와 초기에는 주의가 산만하거나 한 가지 행동이나 물건에 집착하는 행동을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또래보다 말이 늦는 증상이 나타나며 계속 진행될 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발달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잡코리아가 201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NS를 자주 사용하는 남학생의 59.0%, 여학생의 67.5%는 'SNS에 피로감 또는 부담감을 느낀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누군지도 모르거나 그다지 친분없는 사람들의 친구 요청을 받는 것(16.1%),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 것(1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공감이나 댓글·좋아요 등 좋은 반응을 기대하게 되고 반응이 없을까봐 고민하게 된다(12.7%), 타인과 생활수준·일상·댓글수 등을 비교하게 된다(9.1%), 알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 너무 많이 알게 된다(7.7%), 실제에 비해 과장된 친분과 관계가허무하게 느껴진다(7.6%)는 응답도 상당수 나왔다.
인터넷중독대응센터 관계자는 "밤에 잘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뇌에 태양을 들이대는 것과 마찬가지다"면서 "스마트폰 불빛인 블루라이트는 수면유도 호르몬(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장애를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또 "현실에 무감각해지고 주의력이 크게 떨어져 팝콘처럼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브레인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 게임이나 동영상을 자주보는 바람에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익숙하고 현실 세계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뇌가 반응을 안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