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원년 멤버'이자 김범수 의장의 측근이라 할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가 카카오와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 운영사 로엔의 등기임원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
송 대표는 통합법인 카카오(옛 다음카카오) 출범 이후 한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카카오가 '빅딜(big deal)'로 확보한 주요 계열사에 경영인으로 참여하면서 뒤늦게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것이라 주목된다.
14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멜론 운영사 로엔은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송지호(57) 패스모바일(Path Mobile) 대표를 임기 3년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이사. |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일상적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등기이사를 따로 구분해 부르는 말이다. 보통 2개 이상 기업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으면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으나 이를 대신해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네이버의 이해진 이사회 의장 뒤를 이을 유력한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도 오는 17일 개최하는 네이버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네이버 이사회에 참여한다.
이번에 송 대표가 로엔 이사회에 합류하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박성훈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해 로엔의 임기 3년 사내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1년만에 카카오측 인사가 추가로 합류하는 것이다. 로엔은 작년초 카카오 계열로 편입했다. 현재 로엔 이사회는 신원수·박성훈 공동 대표이사, 김범수 의장 등 3명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5명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송 대표는 본체인 카카오 사내이사로도 참여한다. 카카오는 오는 17일 주총에서 송 대표를 임기 1년의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기존 사내이사인 강성 법무 총괄 부사장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16일 사임하면서 공석인 자리를 송 대표가 채우는 셈이다. 이로써 송 대표는 카카오·로엔 두 곳의 등기임원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
송 대표는 김범수 의장과 함께 카카오를 창업한 원년 멤버 가운데 하나다. 텍사스오스틴 대학 MBA 과정을 거쳤으며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컨설팅 업체 KPMG에 근무했다. 현 넷마블게임즈의 전신이라 할 CJ인터넷(옛 플레너스)에서 CFO와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며 특히 CJ인터넷 북미법인을 이끌기도 했다.
당시 NHN한게임에서 해외 사업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온 김범수 의장이 송 대표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의장 제안으로 송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인 카카오로 넘어와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결정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카카오의 안살림을 맡아온 '재무통'이자 카카오가 지금의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발판을 마련한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원래 송 대표는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지난 2014년 10월 통합할 당시 통합법인의 새로운 이사회 멤버로 자연스럽게 합류할 계획이었다. 당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측 인사들의 이사회 합류를 위해 이사 수를 기존 8명에서 20명으로 대거 확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합병 승인을 위한 주총에서 다루려 했다. 그러나 주주 반대로 무산되면서 당초 계획이 헝클어지게 됐다.
결국 송 대표를 비롯해 이제범 당시 카카오 공동대표와 서해진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통합법인의 사내이사로 참여하지 못했다. 송 대표는 이후 2년 반만에 카카오 등기임원으로 이름 석자를 올리며 뒤늦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셈이다.
그동안 송 대표의 활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말에 출범한 카카오 싱가포르 자회사인 패스모바일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도 했다. 패스모바일은 카카오가 2015년 5월 인수한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패스' 운영을 하고 있는 해외 법인이다. 송 대표는 해외 사업 중책을 맡은데 이어 카카오가 지난해초 1조9000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로엔 경영까지 참여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