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0일 '와이파이 메카(성지)'를 조성해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고 무선 인터넷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버스, 학교, 관광지, 우체국, 기차역 등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공공장소를 위주로 와이파이를 더 확대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공공 와이파이(Wi-Fi)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민센터, 복지시설, 전통시장 등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주로 설치돼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운영하는 공공 와이파이 안내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정부가 설치한 공공 와이파이는 1040개(지자체 자체구축 와이파이 제외) 정도다. 여기에 지자체 자체구축 와이파이 등을 포함하면 무료 데이터 이용 수혜범위는 더 넓어진다.
통신사도 정부의 공공 와이파이 확충에 동참하고 나섰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이어 KT도 지난달 11일 와이파이를 타 통신사 이용고객에게 무료로 개방(지하철 객차 내부 제외)했다. 사실상 전 국민이 통신사에 상관없이 타사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 와이파이 확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급증하는 데이터 사용량(LTE 스마트폰 가입자 1명 당 월평균 사용량 6.06GB)과 이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공공 와이파이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존 LTE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품질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신3사가 개별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지하철 와이파이의 경우 열차 내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5.44Mbps다(과기정통부 2016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보고서 자료).
같은 보고서에서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20.09Mbps로 나타났다. 지하철 와이파이가 LTE보다 평균 22배 느린 것이다.
주민센터, 복지시설 등에 설치된 공공 와이파이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도 115.98Mbps로 LTE속도보다 느렸다.
실제로 국회에 설치된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해보니 체감 속도는 훨씬 느렸다. 더군다나 중간에 자꾸 접속이 끊겨 몇 번씩 재접속을 해야 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니 와이파이가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속도가 느려지고 끊기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결국 원활한 인터넷 사용을 위해 비용이 들어도 LTE로 접속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는 지역에 들어오면 자연스레 LTE 접속을 중단해야 하는데 속도가 느리고 자꾸 끊기니 LTE접속을 중단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상 느린 속도와 끊김 현상 등 품질 저하로 인해 공공 와이파이가 LTE의 대체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셈이다.
품질저하 현상에 대해 공공 와이파이 안내 홈페이지에서는 "와이파이 특성상 트래픽이 많을수록 원활한 이용이 제한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는 공공장소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 와이파이의 특성상 사람이 몰린다는 이유로 품질저하가 발생해 이용에 차질을 겪게 된다면 사실상 공공 와이파이의 의미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공공 와이파이 개수를 확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와이파이망 특성상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기가 와이파이 등으로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만이 공공 와이파이 구축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2019년 LTE보다 40∼50배 속도가 빠른 5G가 상용화되면 공공 와이파이 설치 효과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공공 와이파이 확대 구축이 생색내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LTE수준에 버금가는 와이파이 품질개선과 유지관리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경감과 무선인터넷 접근성 향상이라는 정부의 추진 목표가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