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산업인 게임에선 부자가 많다. 잘 만든 게임 하나로 돈벼락을 맞은 창업자나 개발자가 자주 등장한다. 회사를 키워 지분 가치를 점프시키거나, 과감한 투자 회수 및 재창업, 화려한 복귀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슈퍼리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돈이 얼마나 많은 지도 명확하지 않다. 게임만큼 흥미로운 이 분야 부자들의 베일을 벗겨본다. [편집자]
▲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
미국의 경제 매체 포브스는 2년전 '세계 10대 게임 부호'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낸 적이 있다. 게임 사업으로 성공한 부자의 순위를 매겨봤더니 예상 외로 미국 등 서양이 아닌 아시아가 강세였다는 내용이다.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랭킹 1~3위를 중국인(텐센트 마화텅·넷이즈 윌리암 딩·자이언트 스위즈 창업자)이 휩쓸었다.
4위는 예상 외로 한국인이었다. 당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회장이 처음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권 회장은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김정주 창업자(5위)보다 재산이 더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포브스는 'IT 100대 부자', '한국의 50대 부자' 등의 순위를 매길 때마다 권 회장을 빼놓지 않았다. 다른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도 작년 12월 발표한 '세계 500대 부호' 명단에 권 회장을 포함시켰다.
이처럼 권 회장은 외신들 사이에서 이례적인 조명을 받고 있지만 유명세에 비해 국내에선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게임사 오너처럼 외부 활동이 많지 않았고 스마일게이트가 비상장사다 보니 기업 정보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마일게이트의 간판작 '크로스파이어'의 주무대는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이다. 이러다 보니 일반 이용자들은 스마일게이트란 회사나 권혁빈이란 이름이 낯설 수 밖에 없다.
◇ 중국서 '크로스파이어' 대박
권 회장은 대부분 게임사 오너들과 마찬가지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9년 온라인교육 업체 포씨소프트를 설립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2002년 6월에 게임 개발사 스마일게이트(현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하고 재기를 노렸다.
스마일게이트는 당시 인기 장르인 온라인 총싸움게임(FPS)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해 2007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스페셜포스나 서든어택 등 비슷한 게임에 밀려 두각을 발휘하지 못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다 이듬해 대반전을 일으켰다. 중국 텐센트를 통해 현지 시장에 선보였는데 기대 이상의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중국에서 글로벌 동시접속자수 800만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80개국, 6억5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부상했다.
중국에서 선보인 크로스파이어의 서비스 기간이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나 흥행 열기가 식기는 커녕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 6년 동안 매년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11년만 해도 무려 70%에 육박(69.81%)했다.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반등하면서 56.62%를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09년 이래 무려 8년째 50% 이상의 높은 이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워낙 잘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자인 권 회장의 재산에 관심이 몰린다. 우선 권 회장은 그룹 지주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권 회장은 스마일게이트홀딩스로부터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매년 적지 않은 현금배당을 챙기기도 했다. 금액이 들쑥날쑥하지만 현재까지 받은 배당액만 총 226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권 회장의 지분 가치는 얼마나 될까.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비상장사이다 보니 회사 몸값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권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러다 보니 포브스나 블룸버그 등은 핵심 매출원인 크로스파이어의 지적재산권 가치 등을 기준으로 삼아 권 회장의 재산, 즉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기업 가치를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가 올 4월 발표한 '한국의 50대 부호'에 따르면 권 회장의 재산 규모는 무려 61억달러(원화 약 7조원)에 달한다. 순위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68억달러)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67억달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62억달러)에 이어 4위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5위)와 최태원 SK그룹 회장(6위)을 앞선다.
이는 스마일게이트보다 재무 성적이 앞서는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오너들의 지분가치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 그룹 김정주 창업자의 지주사 NXC 보유 지분 가치(2조6000억원 추정)보다 3배나 많다.
다만 포브스의 집계 결과는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이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아무리 잘 나가고 있으나 권 회장 재산 규모가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보다 많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다.
집계할 때마다 수치가 급격히 변동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포브스가 집계한 올 4월 권 회장의 재산 가치는 1년 전 평가액(37억달러)보다 24억달러나 불어났다. 비슷한 시기 블룸버그(작년 12월)의 집계 결과(53억달러)와도 크게 벌어진 수치다. 스마일게이트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는 이상 권 회장의 주식 보유 가치를 정확하게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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