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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게임장애' 발등의 불 누가 끄나

  • 2018.03.28(수) 17:48

WHO, ICD-11 게임장애항목 추가 준비
협회 구체적 계획없고 대형사는 미온적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국내 게임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가뜩이나 여러 차례 규제에 발목 잡혔던 게임사들은 또 다른 철퇴를 맞을까 긴장 상태입니다.

 

하지만 정작 업계를 대변하는 게임산업협회는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대형 게임사도 적극 나서지 않아 업계 의견을 반영하기 쉽지 않은데요. 결국 게임업계가 고스란히 규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롯데 엑셀러레이터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 5월 개정인데 6월 대응?

 

WHO는 오는 5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안(ICD-11)에 게임장애(Gaming Disorder)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게임 중독을 우울증 등과 동반하는 증세가 아닌 별도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겁니다. 게임을 곧 질병을 일으키는 유해물질로 규정하는 셈입니다.

 

게임업계는 ICD-11을 근거 삼아 국내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ICD-11은 게임 자체가 해롭다고 규정하는 만큼 제작부터 보급 전 단계에 거쳐 규제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의 우려가 높은데도 66개 게임사로 구성된 게임산업협회의 대응은 다소 소극적입니다. 지난 1일 ICD-11의 게임장애 항목 추가에 반대하는 국제 공동 협력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자세한 일정과 계획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최근 미국에서 각국의 게임단체들과 만나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했다"면서 "공동 성명 등 다양한 방안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장애항목 추가까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은 것이죠.

 

강 회장은 세미나 직후 기자와 만나 "오는 6월 열리는 '2018 E3'에서 게임단체들과 추가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각국의 게임단체들이 한번에 만나려면 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인 이 행사가 적격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6월이면 ICD-11이 확정된 후라 너무 늦은 대응인데요. 국내 게임산업이 규제로 인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게임산업협회의 소극적인 움직임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 대형사들 관심 적은듯

 

이날 세미나에선 대형 게임사가 ICD-11 게임장애항목 추가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업계가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상당히 위축돼 있다"면서 "근거를 제시하고 홍보하는데 대형사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지만 관련 움직임이 부족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업계에선 대형 게임사는 다양한 수익모델을 갖춘 만큼 ICD-11을 계기로 국내 규제가 강화돼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장 매출 타격을 입지 않는 만큼 굳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ICD-11 문제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해외매출 비중이 크고 청소년보다 성인 이용자 중심이라 규제로 인한 피해가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멀리 보면 이들도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규제가 신설되면 게임 시스템을 그에 맞춰 재정비해야 해 인력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규제에 치중하다 보면 경쟁력 제고에 소홀해질 수 있고요. 이 같은 문제에선 장기적으론 대형 게임사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ICD-11이 당장 어떤 영향을 미칠진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대형 게임사도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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