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음악사업 담당 자회사 카카오엠(M)이 중소 공연기획사들을 상대로 줄 소송을 내고 있다.
카카오엠은 공연티켓 예매 사이트인 멜론티켓을 운영하면서 공연기획사들의 각종 공연티켓을 팔아주고 제작비 지원형식으로 선금급까지 줬는데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계약서상 공연 취소시 공연기획사는 카카오엠 측에게 선급금 등을 돌려줘야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소송내용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카카오엠이 티켓 판매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계약 관리에 미숙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카카오가 티켓 판매와 연계해 공연부문에 힘을 실을 계획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관리 능력을 키울 필요성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M은 작년부터 올 7월까지 멜론티켓과 표 판매 계약을 어긴 공연회사에 선급금 반환 및 위약금·손해배상금 지급 청구 소송을 3건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총 18억원이다.
카카오M은 지난해 1월 가수 김범수의 콘서트를 주최한 카우인스퍼레이션그룹에 티켓 판매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2억원대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올해 6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올 5월에는 마블 익스피리언스 부산 공연을 주최한 티엠엑스부산문화산업전문회사 외 1개사에 계약기간 중 무단으로 공연을 중단한 문제로 11억원대 소송을 걸었다. 이어 지난 7월 가수 임창정 콘서트를 담당한 더길 외 1개사의 공연 취소에 대해 5억원대 소송을 냈다.
카카오M 관계자는 "티켓 판매 과정에서 회사에 피해를 준 공연회사들에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티켓 판매업체와 공연사 간 법적 분쟁을 보기 드문 일로 보고 있다. 티켓 판매업계 관계자는 "개별 계약마다 서로 다른 사정이 있지만 소송까지 오고 가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카카오M이 흔치 않은 법적 분쟁에 휘말린 것은 티켓 판매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계약 관리 등 운영 노하우가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M은 디지털 음원시장 1위인 멜론과 연계해 2016년 4월 멜론티켓 서비스를 시작했다. 멜론의 이용자 빅데이터를 토대로 맞춤형 공연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내세워 티켓 판매사업에 도전했다.
티켓 판매 선두업체인 인터파크와 티켓링크 등에 비해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멜론 이용자정보와 추천기술 등 차별점을 갖춰면서 성장세를 탔다. 다만 사업이 자리 잡으려면 티켓 판매 계약 체결을 비롯 관련 업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M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이용자와 콘텐츠가 많아 잠재 경쟁력이 높다"며 "다만 서비스 경쟁력과 별개로 티켓 예매사업은 여러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는 경험과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가 티켓 판매와 연계해 공연사업에 힘을 실을 계획인 만큼 지금부터 관련 업무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다음 달 카카오M을 흡수 합병한 후 영상과 음악사업 부문을 분사해 프로덕션, 티켓 판매, 동영상 콘텐츠 제작사업을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티켓 판매 사업과 연계해 다양한 공연 사업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 산하 연예기획사 소속 아티스트 콘서트 제작부터 티켓 판매를 아우르는 공연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연예기획사와 음원 서비스 등 충분한 공연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나 관련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부 숙련도가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