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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략·전술 필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 2018.10.01(월) 17:14

숙제만 남긴 4차위 1기활동…"국민여론에 기대라"

 

"추석이란 무엇인가?"

 

이번 추석 때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신문 칼럼 핵심이다. 친척 어른이 "언제 취직할 거니, 결혼은?" 등 질문을 쏟아내면 "추석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답하라는 조언이다. "얘가 미쳤나"라는 후속 공격이 들어오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는 주문까지 읽으면 웃음을 참기 어렵다.

 

현재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질문에는 정체성에 대한 근본 질문을 던지라는 내용의 이 칼럼을 읽은 뒤,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라는 책을 쓴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와 얘기를 나누고 보니 '4차산업혁명'이라는 주제를 두고 1년간 씨름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떠올랐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지난달 말 제8차회의를 끝으로 1기 활동을 마쳤다. 4차위는 8회에 걸친 회의뿐만 아니라 4차례의 끝장토론 '해커톤'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공유 숙박·택시 등 논란이 된 핵심 사안에선 거북이 걸음을 거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 해커톤에서 다룬 '도시지역 내 내국인 공유숙박을 허용하는 방안'은 ▲소비자 안전과 수요 충족을 위한 합리적 방안 마련 추진 ▲불법영업 근절 우선 추진 ▲숙박 업계와 플랫폼 사업자간 상생 위한 민관합동 협의체 구성 등 4차위 출범 이전에도 나왔을 법한 과제가 남았다.

 

ICT를 활용한 교통 서비스 혁신 방안의 경우 ▲ICT를 활용한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해결 방안 논의 ▲택시 서비스 질적 개선 및 다양화 방안 등 논의 등을 합의했다고 한다. 역시 진전된 면은 찾기 어렵다.


1차 해커톤부터 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 종사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지 못한 4차위에 "언제 합의할 거니"라고 따지긴 좀 곤란하다. 해커톤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이해 관계자들의 대립이 있으면 합의 도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처럼 힘없고 앞으로도 힘이 없을 것이라면 해결방법을 달리 하는게 좋을듯 싶다. 바로 이해 당사자를 설득시키는 게 아니라 4차산업혁명이 필요한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져 국민적 공감대부터 이끄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적 여론으로 이해 당사자를 움직이게 하자는 얘기다.

 

근본적 질문을 유도하면, 우리 사회가 무엇을 원하고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는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공유 숙박 규제를 논의하자고 하면 이해가 엇갈리는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겠지만, 4차산업혁명이란 초대형 파도를 어떻게 탈 것인지 질문하면 문제 해결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다소 엉뚱하고 느려 보여도 더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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