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후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까, 내릴까?"
이런 질문에 곧장 답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에 나설 수 있을까. 실제라면 부담스럽지만, 게임이라면 가능할 법하다.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가상화폐(암호화폐) 자산관리 회사 스위스보그(SwissBorg)가 내놓은 앱을 이용하면 된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고 랭킹에 따라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는 앱 '스위스보그 커뮤니티'(SwissBorg Community)를 지난 3월 출시한 바 있다. 스위스보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상위권에 들어가면 최대 50만달러(한화 5억69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랭킹에 따라 차등 분배받을 수 있다. 11월 현재 이용자 6만여명이 100만건 이상의 예측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상위권 앱 이용자는 스위스보그가 내년 초 출시할 '스위스 보그 자산 앱'을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서다. 이 앱은 바이낸스, 크라켄, HitBTC, LMAX 등 4개 가상화폐 거래소 가격을 동시 비교해 가장 저렴한 가격에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항공권 비교 검색 서비스 스카이스캐너와 유사한 형태인 셈이다.
무엇보다 1초도 되지 않은 시간에 다양한 거래소의 다양한 화폐로 거래가 가능한 콘셉트도 장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최저가에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A 거래소에서 미국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B 거래소에서 이더리움을 구매하는 것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스위스보그는 이런 자산 앱의 특징과 이를 통해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회사의 비전, 팀 수준 등을 높게 평가 받아 지난해 초 진행한 ICO(가상화폐 공개)에서 5000만스위스프랑(한화 약 545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는 스위스 기반 블록체인·가상화폐 관련 기업 가운데 두번째로 큰 규모라는 게 스위스보그의 설명이다. ICO 당시 더 많은 금액이 모였으나 하드캡을 채운 까닭에 5000만스위스프랑 수준에서 마감했다. 하드캡은 발행된 토큰 대비 최대로 투자받을 수 있는 규모를 뜻한다.
스위스보그는 이같은 커뮤니티 앱과 자산 관리 앱을 통해 고액 자산가에게만 선별적으로 제공되던 자산 관리 서비스를 블록체인을 통해 대중에게도 광범위하게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이 회사 상황과 비전을 더욱 상세히 알기 위해 영국 런던에 있는 알렉스 파젤(Alexander Fazel) 스위스보그 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영상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안녕하세요. 거긴 아침이죠? 여긴 오후 6시가 넘어서, 저는 퇴근했어요.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출근했습니다. 애를 봐야 해서 집에 있지만요. 프랑스 스케마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했고, 프랑스와 일본에서 영업을 했습니다. 일본에선 강연 서비스 TED 관련 일도 했어요. 그러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쪽 인사들도 만나며 조금씩 시장을 알게 됐는데요. 마침 친동생이 스위스보그를 창업했어요. 그때 합류하게 됐죠.
-저도 애를 보러 가야 하는데, 밤이 늦었군요. 아무튼 유튜브 채널 '크립토나이츠'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크립토나이트는 저를 비롯해 총 4명이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른 직업이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시간을 내서 하고 있죠. 저희가 유튜브를 시작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관련 투기를 조장하거나 아마추어가 전문가 행새를 하는 경우가 많아섭니다. 그래서 저희는 장기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회사 얘기를 시작해보죠. 현재 스위스보그의 인력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어떤 나라에 몇명씩 투입돼있나요
▲약 40명의 정직원을 비롯해 외부 컨설턴트들이 있는데요. 대부분은 스위스 로잔 본사에 있습니다. 토론토, 런던, 일본 그리고 한국에도 직원이 있죠.
-스위스보그의 창업자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CEO(최고경영자)인 사이러스 파젤(Cyrus Fazel)이 제 동생이자 공동 창업자인데요. 투자관리와 헤지펀드, 자산운용 회사에서 10년 정도 경력이 있습니다. 스위스보그는 2015년 6월에 창업했습니다.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세쿼이아 에셋 매니지먼트(SEQUOIA Asset Management SA), 아라미스 캐피털(Aramis Capital SA & FORT LP), 줄리어스 베어(Julius Baer) 등에서 일했습니다.
-왜 이런 유형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나요
▲스위스는 자산 관리와 관련해서 유명한 나라잖아요. 그런데 그런 서비스가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가령 10억원 정도는 현금이 있어야 자산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투자금이 없으면 접근권이 없는 셈이죠. 그래서 고액 자산가만 접근할 수 있던 서비스를 블록체인, 암호화폐 영역을 통해 제공하기 위해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혹시, 암호화폐 투자로 돈을 벌었나요?
▲저는 투자로 많이 벌진 않았어요. 200달러가 5배가 되는 경험을 한 적은 있어요. 동생은 큰돈을 벌었다고 들었어요.
-스위스보그는 그간 어디서 얼마 정도의 투자를 받았으며, ICO 등을 통한 성과가 어떻게 되는지요
▲ICO로 5000만 스위스프랑을 모았습니다.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ICO를 한 회사이기도 하죠. 흥미로운 점은 ICO 참여자들을 살펴보면, 149개국 총 2만4000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맥도날드보다 넓은 시장인 셈입니다.
-5000만 스위스프랑은 주로 어디에 투자하고 있나요
▲자산 앱과 커뮤니티 앱 등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자산 앱에만 680만스위스프랑 정도를 쓴 것 같아요. 그동안 금융 영역에선 금융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기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전통 금융을 이해하고 신사업에 반영하려면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죠.
-스위스보그 자산 앱의 주요 고객은 누구로 보고 있나요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분을 포함해 암호화폐를 잘 모르는 초심자들이 될텐데요. 초기에는 커뮤니티 앱에 참여하는 사용자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잠재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요
▲스위스보그의 현재 시가총액은 500만 달러 정도이지만, 향후에는 1억 달러를 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장 개척자로서 이점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자산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법률적 문제는 없는지요?
▲저희는 스위스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요. 외국의 경우 규제 위험이 있는 국가는 진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외 국가에선 필요하다면 라이선스를 획득해 사업을 할 생각입니다.
-여러 거래소와 여러 화폐 및 코인을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은 어렵나요?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것은 하나의 거래소에서 해도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저희는 4개 거래소를 연결했으니 더욱 복잡하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금융기관급의 신뢰성을 위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작업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투자자 입장에서 편리함 외 다른 가치를 줄 수 있는 게 있나요
▲속도입니다. 직접 여러 거래소를 오가면서 거래하려면 비트코인을 보내는 시간 등을 고려해 1시간은 걸릴 겁니다. 저희는 앱에서 클릭만 하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처리되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래에 대한 신뢰도는 어떻게 확보하나요
▲스마트 컨트랙트(자동 계약 이행)를 통해 보장합니다.
-수수료율은 얼마나 되는지요
▲저희의 자체 코인을 사두고 일정 기간 보유하는 조건으로 수수료는 사실상 무료입니다.
-이용 가능한 거래소가 4곳이면 적은 것 같기도 합니다
▲내년에 2개 거래소를 추가할 계획입니다. 그래도 바이낸스는 세계적 거래소이고, 크라켄과 LMAX 등도 트레이딩 볼륨이 큰 곳입니다.
-한국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와도 협의중인가요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긍정적 답변도 있었습니다. 확정되기 전에는 밝힐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거래소 입장에선 이런 플랫폼에 참여하는 게 불리한 것 아닌가요? 플랫폼 파워가 이곳으로 이동하면 기존 거래소 이용이 감소할 수 있잖아요.
▲스카이스캐너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플랫폼에 등록하지 않으면 돈을 더 못 법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거래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인이 유럽의 거래소를 이용할까요?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저희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거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래소도 파트너십 형태로 저희 플랫폼에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구상이군요
▲네. 그런데 궁극적으로는 개인 간 거래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글로벌 플랫폼이 되려면 돈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요?
▲추가 ICO나 회사 주식을 팔고 펀드레이징을 하는 것보다 저희 서비스 성공과 생태계 발전을 통해 토큰 이코노미를 키울 생각입니다.
-베타 테스트와 실제 상용화는 언제부터 하나요?
▲베타 테스트는 내년 1월 중으로 할 계획이고, 상용화의 경우 구체적 일자를 CEO가 공개할 예정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상당히 위축돼있는데, 이같은 서비스가 성공할까요
▲현재 마켓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내년 5월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때를 말합니다. 이를 기점으로 물량 부족이 예상되고,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향후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제별 파생상품도 만들 계획입니다. 리스크 레벨을 조정한 다양한 펀드 같은 상품이 되겠죠. 궁극적으로는 자산 관리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이를 통한 가치 제고에 집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