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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황제주' 크래프톤…명불허전 '미다스 손' 장병규

  • 2020.09.23(수) 16:45

[테크&머니]공모주 청약 광풍 장외로
비상장 크래프톤 기업가치 12조 이상
장 의장 지분가치 2조, 부인도 2500억

장병규(47) 크래프톤(옛 블루홀) 이사회 의장은 벤처 업계 '미다스의 손(Midas touch)'으로 불린다.

게임업체 네오위즈를 비롯해 검색전문 스타트업 첫눈, 게임사 크래프톤 및 벤처캐피털(VC)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다 보니 보통인의 능력을 넘어서는 신의 경지의 올랐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수식어가 따른다. 

크래프톤이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공모주 청약 광풍을 이끌 다음 주자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그가 또 한번의 대박 신화를 쓸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상장사인 크래프톤의 주가가 장외시장에서 무섭게 치솟으면서 장 의장 보유 주식가치가 입이 벌어질 수준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 크래프톤 장외시장서 시총 12조 '황제주' 

23일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크래프톤의 주당 가격은 전일 보다 1.6% 내린 15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초 11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급등, 지난 18일에 최고가인 172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올해초 주가가 40만원대 수준에서 형성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9개월만에 4배 이상으로 치솟은 것이다. 

장외시장에서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무려 12조2088억원에 달한다. 발행주식수 809만주에 주당 가격(23일 기준)을 곱하면 이 금액이 나온다.

이는 대형 게임사이자 상장사인 엔씨소프트(17조원대)와 넷마블(15조원대)의 기업가치에 미치지 못하나 이달초 IPO 청약 광풍을 일으키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4조원대)의 시총을 가뿐히 넘는다. 시총 1조원대인 중견 게임사 컴투스와 NHN, 웹젠 등의 몸값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크래프톤의 몸값이 장외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은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까지 공모주 청약 광풍이 불면서 다음 타자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장외주식 물량이 바닥나면서 구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은 크래프톤을 비롯한 카카오뱅크 등 상장 예정 종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IPO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장 의장이 2018년 "단기적으로 IPO 계획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게임 업계에선 크래프톤이 내년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장 의장 보유주식 가치 2조원 넘어

크래프톤의 장외 호가가 한때 170만원을 넘어서는 등 장외 '황제주'로 부각하면서 최대주주인 장 의장 주식 가치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장 의장의 보유 주식은 올 6월말 기준 141만여주(지분율 17.39%). 현 시세로 지분 가치가 무려 2조1224억원에 달한다.

장 의장 부인인 정승혜 씨도 회사 주식 17만여주(2.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최대주주인 장 의장 및 크래프톤 공동창업자 김강석 전 대표(22만여주 2.7%)에 이어 개인 자격으로 많은 것이다. 정 씨의 보유 주식 가치는 2537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장 의장이 크래프톤 설립 초기 투자자였던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설립한 사모투자펀드 벨리즈원 유한회사(55만주·6.9%)와 장 의장이 200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19만주·2.3%)가 상당한 규모의 주식을 들고 있다. 

이 두 회사가 보유한 크래프톤 지분 가치는 각각 8363억원, 2846억원이다. 장 의장은 벨리즈원 유한회사 설립 때 본인의 지분 일부를 현물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엔젤스는 장 의장이 검색업체 첫눈을 네이버에 매각한 이후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자본금 50억원을 들여 설립한 곳이다. 

크래프톤 설립 초기 장 의장의 보유 지분은 보통주 기준 48.32%로 절반에 달했으나 이후 외부 투자 유치와 '주식 맞교환 방식'의 게임 개발사 인수 등을 거치면서 지분율이 희석됐다. 그럼에도 벨리즈원과 본엔젤스를 포함한 장 의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하면 41%로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 엘리트 코스 밟은 수재, 성공한 벤처인으로

장 의장은 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성공한 벤처기업인이다. 그는 대구과학고등학교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에 입학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수재다. 

20대 시절인 1997년에 나성균 현 네오위즈홀딩스 이사회 의장과 함께 네오위즈를 창업하고 '원클릭'이라는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과 '세이클럽', '피망' 등을 만들어 줄줄이 대박을 터트렸다. 네오위즈는 이에 힘입어 2000년 6월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당시 공모가(3만5000원) 기준으로 장 의장의 보유 주식(118만주·15.71%) 가치는 412억원에 달했다. 네오위즈 상장 직후 장 의장은 최대주주인 나 대표(18%)에 이어 2대 주주이기도 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불과 27세였다. 

네오위즈가 게임 사업에 집중하자 인터넷사업 부문을 이끌던 장 의장은 평소 관심을 가졌던 검색 기술에 도전하기로 했다. 장 의장은 네오위즈를 나와 2005년 5월 검색기술 전문업체 첫눈을 창업했는데 검색 시장을 장악한 네이버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듬해 장 의장의 첫눈 보유 지분(100%) 전량을 사들였다. 매입가는 350억원으로 장 의장의 첫눈 창업 당시 투입자본 50억원의 7배에 달했다. 장 의장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게 된 계기가 됐다.

장병규 의장은 대통령 직속 기구이자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 정책을 지휘할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2년여간 맡아 활동했다. 사진은 2017년 9월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 열린 4차산업위 현판식에 장 의장이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4차산업혁명위원장 맡아 IT 규제혁신

장 의장은 첫눈 매각 이듬해인 2007년 크래프톤과 본엔젤스를 나란히 설립하고 게임과 벤처 투자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크래프톤은 2011년 리니지류의 PC온라인 게임 '테라'를 선보여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벤처캐피탈 본엔젤스는 동영상 검색업체 엔써즈와 모바일 메신저 틱톡 등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유명해졌다.

그의 이름이 일반인들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4차산업혁명 정책을 지휘할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1,2기)을 맡으면서다.

4차산업위원회 수장으로서 그는 택시 업계와 스타트업 사이에서 첨예한 이슈로 부상했던 카풀(Carpool) 서비스 등의 규제 혁신을 위해 '해커톤(Hackathon)'을 도입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해커톤(Hackathon)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다. 개발자 등이 모여 몇일 동안 끝없는 회의를 통해 획기적인 창조물을 기획하는 것을 말한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글로벌 ICT 및 국내 주요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장 의장이 이끄는 4차산업위원회는 출범 직후 카풀 앱 서비스의 시간선택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끝장 토론'을 제시했던 것이다.

◇ 장 의장 경영 일선 복귀, 크래프톤 최대 실적

장 의장은 지난해 11월 4차산업혁명위원장 직위를 내려놓고 크래프톤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창업자를 다시 맞은 크래프톤은 마침 올 1분기 연결 영업이익 352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무려 256% 증가한 수치이며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2414억원)와 넷마블(204억원)의 영업이익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개발 자회사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얻은 결과다. 

크래프톤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887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1조875억원)의 82%에 달하는 규모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5137억원으로 작년 한해치(3593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이러한 성장세라면 크래프톤은 올해 역대급 실적 달성은 물론 내년 IPO 계획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배그 모바일' 단일게임 의존 리스크 커져 

최근 들어 크래프톤의 게임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워 보인다. 중국과 국경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인도 정부는 얼마전 중국산 모바일앱을 상대로 잇따라 서비스 금지령을 내렸다.

여기에는 현지 인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포함됐다. 이 게임은 중국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인도에서 반중 정서가 고조되면서 중국 퍼블리셔가 서비스하는 배그 모바일로 불똥이 튄 것이다.

펍지 측은 배그 모바일의 인도 서비스를 직접 맡겠다고 나섰으나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배그 모바일은 텐센트가 펍지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중국에선 화평정영(和平精英)이란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펍지측은 화평정영이 자사가 개발한 게임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내용이나 그래픽을 봤을 때 동일한 게임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아울러 텐센트는 펍지 모회사인 크래프톤의 2대 주주(13.2%)이자 자사 인사를 크래프톤의 등기임원으로 참여시키는 등 긴밀한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크래프톤 이사회에는 텐센트 게임즈의 샤오이마(Xiaoyi Ma) 부사장이 2018년부터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그 모바일의 인도 서비스 불발 리스크는 잘 나가는 크래프톤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크래프톤 전체 매출에서 인도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비중이 87%에 달할 정도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게임 서비스별 매출에서 배그 모바일이 포함된 모바일 매출은 전체의 80%인 7108억원이다.

크래프톤의 대부분 매출이 배틀그라운드 단일 게임에서 발생해 포트폴리오 쏠림이 심하다는 점에서 인도 서비스 중단은 자칫 회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 의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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