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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째 CEO 택진이형, 친근함 반전할 '2조 자산'

  • 2020.11.17(화) 15:30

[테크&머니]오너이자 CEO, 정치 입문설 솔솔
적극적 외부활동·모범적 야구 구단주, 호감도↑  
엔씨 역대급 실적, ICT업계 '연봉왕' 기록 관심

김택진(53)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만큼 '동네형'의 친근한 이미지를 가진 경영인이 많지 않다. 원래 김 대표는 친숙함과 거리가 멀었다. 온라인게임 산업 성장을 주도한 1세대 벤처 기업인 특유의 카리스마적 모습이 업계에 회자되면서 호칭에서 '엄근진(엄숙·근엄·진지)'이 묻어 났다. 

이에 따라 게임 업계에선 한동안 거물급의 경영인 김 대표의 이름 대신 이니셜을 딴 '티제이(TJ)'라는 별칭을 많이 썼다. 지금은 왠지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할 것 같은 '택진이형'이라는 애칭이 쓰이지만 말이다. 

김 대표는 게임 업계에서 몇 안되는 '오너 CEO'로서 통 큰 경영 행보를 보이는데다 자수성가해 조(兆) 단위의 '주식 부호'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높다. 

올 들어선 그가 구단주로 있는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가 정규리그 첫 우승을 차지했으며 그가 이끄는 엔씨소프트가 역대급 실적을 앞두고 있어 대중의 호감도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김 대표가 "정치에 뜻이 없다"고 아무리 선을 그어도 정치 입문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 8차례 대표직 연임 '장수 CEO'

김 대표는 게임 업계에서 몇 안되는 오너 CEO이다. 엔씨소프트 설립(1997년) 초기인 1998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2년 동안 대표이사로서 회사 경영을 직접 이끌고 있다. 

한때 경쟁사 넥슨이 사업 협력을 위해 2012년부터 약 3년간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 적이 있으나 그때에도 대표이사 자리는 바뀜이 없었다. 당시 김 대표는 자신의 지분 일부를 넥슨에 넘긴 이후에도 그대로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김 대표를 게임 업계 '장수 CEO'로 꼽는 이유다. 그는 엔씨소프트 설립 초기인 1998년 홍승돈 초대 대표이사 뒤를 이어 대표직에 오른 이후 지난 2018년 주주총회에서 연임(임기 3년)한 것을 포함해 무려 8차례 연임했다. 

김 대표의 변함 없는 경영 행보는 업계에서도 돋보인다. 넥슨의 김정주와 넷마블의 방준혁, 크래프톤 장병규 등 다른 게임사 창업자들이 전문 경영인에게 CEO 자리를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난 것과 비교된다. 

김 대표는 게임쇼 '지스타' 행사장에 불쑥 나타난다거나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 경기장에 응원차 방문하는 등 비교적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총 사회를 직접 진행하는가 하면 굵직굵직한 신작 발표회 때에 빠짐없이 등장해 외부와 소통한다. 주요 벤처기업 창업자 상당수가 은둔형 스타일인 것을 감안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자사 게임 광고에 직접 출연하면서 친밀한 이미지를 쌓고 있다. 사진 위는 최근 '리니지2M' 1주년을 기념하는 광고에 김 대표가 대장장이로 특수 분장을 하고 깜짝 출연한 장면. 아래는 2017년 10월 '리니지M' 출시 100일을 기념해 찍은 두편의 광고에서 김 대표가 직접 출연해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장면이다.

◇ 여야 정치권 구분없이 러브콜 대상

김 대표가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러한 독특한 경영 이력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 김 대표를 주목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엔씨소프트 본사에 방문해 김 대표를 만났다. 김 위원장의 엔씨소프트 방문 취지는 정책 간담회를 위해서였다. 게임을 4차 산업혁명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업계 대표 회사를 방문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김 대표를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영입한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던 터라 둘의 만남에 더 없이 관심이 쏠렸다. 다만 김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이 '김 대표와 또 만날 수 있겠나'라고 묻자 "뭐 때문에 추가로 만날 필요가 있겠어요"라며 김 대표의 정계 진출설에 선을 그었다. 김 대표 역시 "나는 기업가"라며 "정치에 전혀 뜻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여야 구분 없이 영입 대상에 이름을 올려왔다. 그만큼 정치인 및 지방자치단체장과의 만남이 잦았기도 했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현장 점검을 위해 판교 엔씨 사옥을 방문해 김 대표와 직접 미팅을 진행한 바 있다. 

김 대표는 그해 5월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취임 이후 판교 게임업계 시찰을 나섰을 때에도 대형 게임사를 대표해 직접 영접에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방준혁 넷마블 의장, 송병준 컴투스·게임빌 대표 등 게임업계 주요 경영인들과 동행하기도 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게입 업계 대표성을 띄는 회사이고 마침 김택진 대표가 오너이자 CEO를 맡고 있어 아무래도 의전을 중요시 하는 정치인들이 판교를 방문할 때 김 대표를 많이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이 4차산업의 대표 종목인데다 젊은이들이 많이 즐기는 분야라 정치권이 젊은층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이 분야 대표 경영인 김 대표를 자주 찾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NC다이노스, 구단주 '통 큰' 지원에 정규리그 첫 우승

올 들어 프로야구팀 NC다이노스가 선전하면서 구단주인 김 대표의 대중적 호감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NC다이노스는 2011년 프로야구단을 창단한 이후 9년만인 올해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한때 꼴찌로 내려앉는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급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창단 때부터 김 대표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특히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선수를 동경했다. 야구광 소년의 꿈은 프로야구팀 창단으로 결실을 맺었다. NC다이노스는 창단 이듬해 2군으로 진입해 2013년부터 1군 무대에 들어섰으며 이듬해부터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2016년 한국시리즈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에 꼴찌로 내려앉는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양의지 선수를 포수로 영입하고 당시 무명이었던 이동욱 감동을 임명하며 반전의 기회를 얻었다. NC다이노스가 올해 첫 정규리그 우승을 따낸 것은 김 대표의 통 큰 투자를 통한 외부 선수 영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이끄는 NC다이노스는 다른 야구단에 비해 선수 관리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부터는 KBO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원정경기에서도 숙소 1인 1실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야구단을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에 초대하는 등 소속감을 높여주기 위한 세심함으로도 정평이 났다. 

김 대표 만큼이나 게임 업계에서 야구광으로 이름난 허민 키움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이번 시즌 감독 작전 개입이나 2군 선수들과의 캐치볼 등으로 구단 사유화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과 대조적이다. 김 대표가 모범적인 구단주로서 대중으로부터 호감을 받게 된 요인이다. 

◇ 엔씨 사상최대 실적 예고김 대표 최대연봉 경신 '관심'

김 대표는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성공한 인물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 중 중퇴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는 공대 선후배 관계다. 85학번인 김택진 대표가 김 창업주(86학번)보다 1년 선배다.
 
박사 과정 시절 현대전자 보스턴 연구개발센터에 파견 근무를 하다 19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기반 PC통신 '아미넷(지금의 신비로)'을 개발했다. 개발자들과 함께 이듬해 3월 자본금 1억원으로 엔씨소프트를 세웠다. 설립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국 공인지역 대표를 역임하는 등 개발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는 간판작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앞두고 있다. 엔씨의 올 1~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1조8548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성적(1조7012억원)을 넘어섰다. 지금의 성장세라면 올해 연간으로 2조원 이상의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가 회사 성장과 함께 주요 테크 기업의 경영자들을 압도할 수준의 금전적 대우를 받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국내 ICT 업계를 대표하는 '연봉킹'이다. 올 상반기에 총 133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그가 지난해 받은 1년치 보수총액 95억원을 훌쩍 웃도는 금액이며 올 상반기 주요 ICT 기업의 고액 연봉자 금전 보상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수다. 

김 대표는 지난해 회사가 제시한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해 이 같은 보수를 받았다. 올해 엔씨 실적이 역대 최대를 예고하는 만큼 김 대표의 연봉 액수가 이전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대표는 친근한 이미지를 반전할 조(兆) 단위 주식 부자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 최대주주인 김 대표의 보유 주식 262만8000주(11.97%)의 시장 가치는 전일 종가(80만원) 기준으로 무려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주춤하긴 했으나 올 들어 엔씨소프트 주가가 언택트(비대면) 대표 수혜주로 꼽히며 고공 성장한 덕에 보유주식 가치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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