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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뀌는 통신3사…'성과따라 미묘한 온도차'

  • 2020.12.11(금) 16:56

2년차에 색깔 드러내는 구현모 KT 사장
SKT의 자회사 IPO…LGU+ 업계 균열도 '주목'
각사 사업 성과 맞춤형 조직개편도 눈길

사진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신임 CEO.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경영에 책임이 있는 'C레벨' 인물 대상의 인사를 하고 내년 항해를 대비한 조직개편을 마쳤다.

유선 1위 사업자 KT와 무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사업 부문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고, LG유플러스는 본업인 유무선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확인한 것이 특징으로 파악된다.

◇ SK텔레콤·KT는 신사업 강조…LG유플러스는 본업에 드라이브

11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날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통신3사의 내년 경영계획이 모두 윤곽을 드러냈다.

특히 내년이면 부임 2년차를 맞이하는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가장 강하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측근으로 불리는 2명의 신임 사장을 승진시키면서 빠르고 강한 의사결정체계를 갖췄다. 기존 박윤영 기업부문장(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3톱' 사장 체제를 자신 중심으로 구현하면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사장별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른 통신사들은 오너가 있으나 KT는 그렇지 않은데, 이같은 체제를 마련해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2명의 사장은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다. 강 사장은 2016~2017년 KT에서 마케팅 부문장을 했고, 2018~2019년 KT스카이라이프 대표를 역임했다.

KT는 유료방송시장 1위를 굳히기 위한 케이블TV 인수·합병(M&A)를 진행중인데, 유료방송사업에 이해도가 높은 구현모 대표와 합이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욱 신임 사장도 사내에서 '전략통'으로 불리는 만큼 구현모 대표가 강조하는 'ABC'(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업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데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KT 고위 관계자는 "강 사장이 스카이라이프에 있었다고 해서 해당 분야에 경도되는 것은 아니나, 그동안 경영에 대한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두 사장 승진자 모두 구현모 대표의 의중을 잘 이해하는 전문 경영인"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이와 함께 ABC 기반의 '탈통신'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기존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재편하고, 신사업 부문 사업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AI/DX'(인공지능,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융합사업부문 산하에 신사업을 추진하는 'KT랩스'(KT Labs)를 새롭게 선보이고, AI/빅데이터사업본부 산하에 AICC사업담당을 신설했다.

아울러 그동안 KT그룹의 혁신을 주도했던 미래가치TF는 '미래가치추진실'로 격을 높여주고 CEO 직속조직으로 배치했다. IT부문에 'IT전략본부'도 신설해 그룹 차원의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기존 SW개발단을 'SW개발본부'로 격상했다.

◇ 박정호 SKT 사장, 부회장으로…LG유플 '영업전략통' 황현식 사장에 지휘권

앞서 SK텔레콤도 박정호 대표이사 사장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SK그룹 내 2인자 위치를 '찜'하면서 SK텔레콤의 위상도 남달라지고 그룹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박 대표가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한 '뉴ICT' 기업으로 변화하는 방향성도 더욱 강화된다.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사업 등 신사업 뿐만 아니라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성이다.

이를 위해 '코퍼레이트(Corp)센터'는 산하에 'IPO추진담당'을 신설해 국내외 투자를 활발히 유치함으로써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지능 중심의 빅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분명히 했다. 기존 'AI서비스단'은 'AI&CO'(Company)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소비자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AI 비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계열사들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핵심 사업과 프로덕트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AI가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을 신임 CEO로 내정하면서 수익성 극대화 방향성을 다시 확인했다.

황현식 사장은 LG유플러스의 유무선 사업을 고속성장 시키는 공을 세우며 지난 몇년간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황 신임 CEO는 2017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 가운데 유일하게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2020년 인사에서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홀로 승진한 끝에 회사 전체를 이끌게 됐다.

무엇보다 LG유플러스는 무선에선 5대 3대 2 구조를 깨고자 노력중이고 LG헬로비전 인수로 유료방송 업계 시장 구도에 균열을 내고 있는 만큼 유무선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조직개편을 초점을 맞춘점이 타사 대비 가장 큰 차별점이다.

대표적인 예는 컨슈머사업부문 산하 컨슈머 사업 조직을 모바일과 홈의 조직 구분을 없애고 '미디어콘텐츠사업그룹'으로 재편한 것이다. 결합상품의 연결고리를 더욱 강화하는 행보다.

◇ 3사 온도차 배경은 '실적에서'

통신3사의 행보가 이같이 다소 차이가 나타나는 배경은 최근 행보와 실적에서도 잘 드러난다.

본업을 강조하는 LG유플러스는 본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면서 3위 사업자 꼬리표를 잘라내려는 기세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1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 업계 최고 규모의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였는데, 유무선이 고른 성장을 기록한 덕이다. 특히 IPTV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8500억원에 달하면서 연간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성과가 나오는 곳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KT의 경우 5G 가입자 확대와 IPTV 사업은 여전히 호조를 기록하고 있으나 다양한 분야 계열사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3분기 KT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3.4% 감소한 6조원 정도에 머물렀고, 영업이익도 6.4% 줄어든 2924억원에 그쳤다. 이는 BC카드와 호텔 사업을 하는 에스테이트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조직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바꾸고 신사업은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란 분석이다.

또 조만간 단행할 계열사 인사, 조직개편을 통해 교통정리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자회사 KTH와 KT엠하우스를 합병해 KTH를 존속법인으로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이 선택과 집중이 추진된다는 얘기다. KT 관계자는 "자회사별 이사회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올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는 미디어와 보안·커머스 등 신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한 덕분이다. 이 기간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매출은 모두 전년동기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고, 해당 분야 전체 매출은 전년보다 18.9% 증가한 1조5267억원. 영업이익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배경으로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자회사들이 IPO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확 바꾸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변화는 5G 시대가 되면서 그동안 네트워크 인프라 제공에 그쳤던 통신사들이 서비스 영역까지 뛰어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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