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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하는 게임사…'부캐' 도전하는 이유

  • 2020.12.21(월) 16:40

넥슨은 은행, 엔씨는 증권사와 손잡아
게임-금융 시너지 효과 노려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1, 2위를 다투는 게임사들이 금융산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장기간 게임 개발을 통해 쌓인 정보기술(IT) 역량과 코로나19 이후 더욱 규모가 커지는 사용자 빅데이터를 금융 분야에서 활용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각각 은행, 증권사와 손잡고 금융 신사업에 나서고 있다.

넥슨은 지난 18일 신한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게임과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양사의 주요 업무협약 내용은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기반의 신규 사업모델 발굴 ▲금융 인프라 기반의 결제사업 추진 ▲게임과 금융을 연계한 콘텐츠 개발 및 공동 마케팅 ▲공동의 미래 사업 추진 등이다.

넥슨 관계자는 "사업 초기 단계이므로 구체화된 사업 계획을 공개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게임도 금융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공통된 영역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넥슨은 최근에 자사의 주요 고객층인 'MZ 세대'(1980년대초~2000대초 출생한 밀레니얼과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를 겨냥해 이마트, 펭수 등 다른 브랜드와 협력을 시도한 바 있다.

넥슨은 60종 이상의 게임을 190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다. 이 같은 사용자 빅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령 올해 5월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만 해도 누적 이용자가 2000만명이 넘는다.

게임할 때 쓰이는 결제 단계에서도 양사가 협력할 부분이 있다. 예컨대 신한은행을 통해 결제하면 혜택을 제공한다는 식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식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10월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JV)에 지분투자했다. 엔씨소프트는 이 JV에 300억원이나 투자했다. 대형 게임 하나 만들 수 있는 규모를 증권 분야에 투자한 셈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에 2013년 설립 초반부터 투자해 최대주주로 있다.

3사는 엔씨의 AI 기술, KB증권의 금융투자 노하우, 디셈버앤컴퍼니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증권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AI PB'(Private Banking)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까닭에 실제 서비스가 나오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엔씨는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 만들기 차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사 AI 기반 자연어처리(NLP)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엔씨의 AI 기술은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 언론사와의 날씨 기사 등에도 활용된 바 있다.

엔씨 관계자는 "JV 참여는 금융업계에 진출한다는 의미보다는 AI가 상용화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김택진 대표도 2011년에 AI 조직을 만든 이래 게임을 위한 AI가 아닌 AI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단계에선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금융산업 진출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진 않으나,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사들의 경우 게임 개발에 수년을 투자한 뒤 서비스를 출시하고 수익을 실현하면 일종의 '농번기'를 경험하는 사이클을 겪는데 신사업은 이러한 빈틈을 채울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NHN은 결제 및 광고 부문 분기 매출액이 게임 부문을 넘어선지 오래됐고, 넷마블의 경우 과감하게 코웨이를 인수하고 정수기 사업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게임 사업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미래 먹거리도 있어야 한다"며 "특히 결제 영역은 게임과 밀접하게 연결됐고, 금융투자 서비스 전반을 모바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게임사들의 IT 기술 역량과 유저 빅데이터가 활용될 여지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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