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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제는 놓아 줍시다"

  • 2022.08.04(목) 06:00

[기자수첩]
정권교체 때마다 나타난 CEO 리스크
민영기업답게 이사회 자율결정 맡겨야

10여년 전 일이다. 2009년 당시 이석채 KT 회장이 취임한 뒤 사업 활성화 이외에도 각별히 신경썼던 이슈가 있었다. 지배구조 리스크 개선이다. 

KT의 지배구조 리스크란 뭘까. KT는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는 민영기업이다. 하지만 태생이 공기업이었다는 굴레가 아직도 존재한다. 

통신·방송이라는 사업구조 특성상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받는다. 통신사업의 근간이 되는 주파수 할당부터 시작해 수익이 전혀 나지 않지만 공중전화에 이르기 까지 정부규제를 안받는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렇다보니 KT와 정부간 밀월관계가 만들어졌다. 정권이 바뀌면서 외부입김에 새로운 CEO가 자리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CEO를 바꾸려 검찰의 물리력이 동원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엄연히 KT의 주인은 주주다. 국민연금이 주요주주 지위를 갖고 있지만 이 역시 다수 주주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를 알고 KT의 지배구조 리스크 개선작업은 이석채 회장 이후 황창규 회장 때도 지속됐다. 이사회 내 지배구조개선위원회를 두고 끝임없이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제너럴 일렉트릭(GE)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CEO 후보군을 육성하고 선출토록 하자는 방안도 만들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취임 직후 10여명의 내부 후보를 뽑아 수년간 치열하게 경쟁시킨 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후계자로 정했다. 이런 지배구조가 있었기에 GE가 100년 넘게 살아남으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 10여년의 노력이 성과를 이뤘는지, 2020년 오랫만에 KT 내부인사로 구현모 CEO가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정권이 바뀌면서 또다시 검은 그림자가 스멀스멀 드리운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최근 KT는 10여년만에 시가총액 10조원에 복귀했고 신사업 육성을 통해 매출·영업이익 성장을 동시 달성했다. 만약 이런 성과들을 무시하고,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면 KT는 영영 신뢰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권력자들이 KT를 놓아 줘야할 때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념 자체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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