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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지각변동]③글로벌 향하는 티빙·웨이브, 변수는?

  • 2022.12.16(금) 14:37

글로벌시장 진출로 돌파구 모색
현지화·콘텐츠수급 해법 찾아야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2020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5곳을 2022년까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2년 안에 유튜브·넷플릭스 같은 초대형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정부 주도로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은 2014년에도 있었다. 과기정통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는 8년 전에 '한국형 유튜브'를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까진 국내 사업자 가운데 넷플릭스·유튜브라는 거대한 벽을 비집고 들어갈 대항마는 없다. 이들 글로벌 기업의 아성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더욱 견고해졌을 뿐이다.

국내 기업이 손 놓고 좌절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티빙과 콘텐츠웨이브는 국내 2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면서 저마다 생존전략을 다듬고, 더 나아가 해외 진출 계획도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내년엔 해외 나간다는 국내 OTT

16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콘텐츠웨이브는 내년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 특히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은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해외 진출 계획을 거듭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이 확보한 유료 가입자는 작년 기준 200만명 이상인데 내년 해외 진출을 통해 이를 700만~80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는 당초 계획보단 지연된 것이다. 지난해 티빙은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서 '라인'과 손잡고 올해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티빙 지분 10.7%를 보유했다. 그런데 OTT 시장 상황이 최근 급변하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향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넷플릭스도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면서다. 파라마운트 같은 신규 OTT 사업자들은 글로벌 직접 진출 계획을 바꿔 다른 OTT에 입점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 규모가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아웅다웅 출혈경쟁을 벌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글로벌 진출에 성공해야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플랫폼의 지위에 오르면 '오징어 게임' 같은 세계적 성공의 과실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티빙은 지난해 762억원 적자, 콘텐츠웨이브의 경우 55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자사 플랫폼에 독점 공급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면서다.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적자구조를 탈피하려면 넓은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공급자 위치에서 다른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는 결국 한계가 있다"며 "국내 사업자끼리 국내에 한정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경쟁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위치를 목표로 설정하면 훨씬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J ENM 계열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공급해 지난 3분기에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등 콘텐츠 경쟁력이 입증됐다. 티빙이 넷플릭스 위치에 올라 글로벌 OTT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은 경영 전략 측면에서 당연하고 무모한 상상도 아니라는 얘기다.

콘텐츠웨이브가 서비스하는 OTT 웨이브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최근 SK텔레콤이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와 손잡고 다방면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이 시그널 중 하나다. 웨이브의 일본 진출이 시도되는 것이다. SK텔레콤 계열사인 SK스퀘어가 콘텐츠웨이브 지분 36.4%를 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진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내외 여러 분야 사업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향후 NTT도코모와 협력하는 사례가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자본? 문제는 '콘텐츠'

티빙과 콘텐츠웨이브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지화 작업과 마케팅 활동에 투입되는 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다.

업계 관계자는 "OTT가 외국 시장에 가려면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현지화 콘텐츠도 마련해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할 때 기존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도 한국 드라마, 예능 등 현지 콘텐츠를 대거 확보한 것처럼 현지화 전략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콘텐츠 제공 사업자와 협의도 고민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글로벌 판권을 획득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190개국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상대하는데, 국내 OTT 사업자는 국내외 판권을 나눠 제공하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콘텐츠웨이브 지분을 21.2%씩 보유한 지상파3사는 자기자본이 투입된 OTT의 성장도 기대하겠지만, 현재 글로벌 OTT나 외국 방송사 상대로 판매하는 영상 콘텐츠 매출과 미래 기대수익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티빙도 마찬가지다. CJ 계열 콘텐츠 사업자들의 이익뿐 아니다. 티빙 지분 13.5%를 KT스튜디오지니가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동맹'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티빙에서만 유통하고 싶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들 국내 OTT 사업자는 넷플릭스가 경쟁사이면서 동시에 고객사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티빙과 웨이브가 힘을 모아 글로벌 사업을 함께 벌이는 전략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덩치를 키워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겠지만 양측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엔 이들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가 너무 많다는 논리도 있다. 기존 미디어 시장 전반에서도 경쟁을 벌이는 CJ와 지상파가 OTT에서 뜻을 함께할 수 있겠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가려면 규모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라며 "현재는 각자 국내에서 경쟁하고 각자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경기침체를 대비해 비용 관리 등 내실을 다지고 있는데, 성장할 기회가 왔을 때는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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