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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좁아지는 스테이블코인

  • 2023.01.25(수) 06:40

알고리즘형 인정 안돼…가상자산 담보형도 변동성 취약

유럽연합은 오는 4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담긴 가상자산 규제 법안 미카(MiCA)의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비즈니스워치

"스테이블코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만으로도 코인런(대량 인출사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테라·루나 사태에서 이를 경험했습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화 장치를 통해 가격 변동을 최대한 줄여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고, 지난해 9월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년 전과 비교해 30배 가까이 늘어났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산하 '빗썸경제연구소'는 2023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이후 디페깅(스테이블코인 가치가 유지되지 못하는 현상)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더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 가장 빠르게 가상자산 규제 법안 '미카'(MiCA) 입법을 추진하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오는 4월 미카의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에 대해 발행량의 100% 이상을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나 법정화폐를 담보로 삼아야 한다고 정의했다.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미카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테라는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알고리즘형, 가상자산 담보형, 법정화폐 담보형으로 나뉜다.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테라가 아무런 담보가 없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다. 

시장 유통량을 조절해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세계 각국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EU의 미카 법안에서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을 아예 스테이블코인에 포함하지 않았다. 미카의 정의에 따르면 테라는 법적으로 아예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인정을 받을 수 없다.

미국 하원은 알고리즘형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고, 일본 금융청도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금지하는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테라·루나 이후로 신뢰가 무너진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 설 곳은 점점 없어지는 셈이다.

다이(DAI)를 비롯한 가상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도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카 규정을 살펴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발행량의 100% 이상을 안전자산으로 담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담보로 가치를 유지해 시중 코인의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테더는 안전할까? 새로운 유형의 스테이블코인 나오기도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금, 국채 등 안전자산 담보형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테더(USDT)와 USDC가 그 예로, 미국 달러와 1:1로 가치를 연동해 안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고 외부법인의 감사를 받은 회계 내역을 공개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USDC와 달리, USDT는 담보가 되는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테더의 담보자산은 현금 외에도 국채, 담보대출, 가상자산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테더의 담보 대출을 통한 USDT 발행 규모는 지난 3분기 기준 61억달러(7조9000억원)로 지난해 말 41억달러(5조3000억원)대비 48.8% 증가했다. 

테더가 올해까지 준비금 담보 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테더는 자매기업이기도 한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2019년 자사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USDT를 임의로 유용한 혐의로 1850만달러(한화 228억원)의 벌금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담보자산으로 삼은 새로운 유형의 스테이블코인도 출현했다. 위메이드가 지난해 10월 발행한 '위믹스달러'는 발행량의 100% 가량을 USDC로 담보한다. 위믹스달러와 담보한 USDC 규모는 위믹스3.0 메인넷 온체인(블록체인네트워크 위에서 일어나는 정보 기록)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미카의 규정에 따라 안전자산, 법정화폐만 스테이블코인으로 인정하게 될 경우 '위믹스달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남는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담보형이라고 할지라도 법화(법정화폐)자산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을 선별해 담보로 하는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장 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담보로)준비하는 자산을 발행량만큼 보유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안정성은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스테이블코인의 범주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게 필요할 것이고, 범주별로 어떤 규제 체제를 갖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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