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감정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 국책연구기관이 맡을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9-1부는 12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의 10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두 기관(ETRI와 KISDI)은 공정성과 전문성 모두 갖추고 있고 이 점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도 부정하지 않는다"며 "두 기관에 우선적으로 감정을 의뢰한 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감정인이 있는지 재판부가 직접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5월 진행된 9차 변론기일에서 ETRI, KISDI, 삼도회계법인을 망 이용료 감정 수행 기관으로 제시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사업자(CP)가 지불하는 인터넷 전용 회선 요금과 국제 광케이블 임차료를 고려해 망 이용료를 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언급한 3개 기관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맞섰다. ETRI와 KISDI가 SK텔레콤과 협업 용역을 자주 맺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1일 서면을 통해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강병민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전응준 변호사를 감정인으로 추천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제출한 감정 내용을 국책기관의 동일인에게 맡길 예정"이라며 "그게 되지 않는다면 그 뒤에 개인에게 감정을 맡기는 방향으로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법원에 제출한 감정 신청서에서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해외에서 해외 CP나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와 피어링할 때 대가를 지급하는지 여부 △SK브로드밴드가 해외 상위 단계 ISP에게 지불하는 환승(트랜짓) 비용 △SK브로드밴드가 트랜짓을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전송할 때 소요되는 국제해저케이블 비용 등 5가지 항목을 감정 사항으로 요구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요구한 감정 사항 중 적절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 판단하고 다음달 23일까지 감정 사항을 정리해 제출하도록 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있는지 여부 등을 담은 의견서를 오는 26일까지 낼 계획이다. 다음 변론기일은 추후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