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넷플릭스 주최 강연회에 참석해 유튜브 쇼츠와 같은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가 자녀 교육에 부정적이라고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짧고 자극적 동영상, 아이들 사고발달에 부정적"
오은영 박사는 28일 넷플릭스가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개최한 '우리 아이 올바른 콘텐츠 시청' 주제의 강연회에 나서 "유튜브와 같이 누구나 접근해서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미디어는 장점도 있지만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에 따르면 유튜브가 2021년 선보인 쇼츠는 작년 기준 전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300억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매월 쇼츠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유튜브에 로그인하는 시청자는 15억명에 달한다.
오 박사는 "유튜브가 저를 싫어하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제 생각이 언제나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의 원인이 숏폼 때문만은 아니지만, 문제를 공론화하고 다른 의견을 듣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쇼츠는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전달해야하고 많이 보도록 해야 하기에 자극적"이라며 "제가 출연하는 '금쪽같은 내새끼'도 채널A에선 1시간10분 동안 방송에 출연한 부모의 용기와 절절한 마음, 아이의 어떤 점이 걱정되는지 외에도 다양한 원인과 이야기, 방향을 제시하는데, 유튜브에서 이를 요약한 쇼츠를 보면 '뭐 저런 이상한 부모가 있나', '얘는 진짜 큰일 났다' 이렇게 보이는 왜곡 문제도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아이들이 쇼츠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긴 것,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긴글도 안 읽게 되는데 일조하게 된다"며 "좀 더 깊이 있고 좀 더 세분화되고 다양한 생각, 심사숙고할 수 있는 인지능력 발달, 아이들의 사고발달에 너무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낮은 진입장벽에 돈도 벌 수 있어 '급증'…"문제해결 노력해야"
오은영 박사는 이같은 짧은 동영상이 급증하고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동영상 제작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어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반인들이 긴 영상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데 짧은 것은 쉽고 클릭에 따라 비용을 받는다"며 "하지만 이런 쇼츠에 있는 허위정보 문제, 아이들 인지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자녀와 이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자주 나눠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 박사는 "'야, 보지마. 뭐가 재밌어' 이런 방식이 아니다"라며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아이와 나이에 맞게 마음을 담고 에너지를 투여해 '너를 굉장히 잘 키우고 싶고 사랑하니까'라며 여러번 반복해서 얘기해야 아이들이 받아들이고 바꿔나간다"고 조언했다.
유튜브에 달리는 악성 댓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그는 "남녀, 인종, 경제상황, 능력, 외모 등에 대한 혐오 표현을 댓글로 절대 쓰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며 "이런 노출에서 벗어나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가정에서도 가르치고 학교에서도 교과과정에 녹여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오 박사는 동영상 콘텐츠가 '절대악'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아이들은 책으로도 배우지만 다큐멘터리나 종이접기, 운동 관련 잘 만든 영상을 보면 책보다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좋은 영화는 깊은 감동도 준다"며 "좋은 미디어 콘텐츠는 기존 종이책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은영 박사는 "앞으로는 '마음'을 가르치는 과목을 만들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가르쳐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최근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을 둘러싼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오 박사는 해당 논란에 대해서도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반드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