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으로 독감 백신 생산을 일시 중단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국내 독감백신 생산을 재개하면서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자체개발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본격 출하했다.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국내에 공급하는 독감백신 물량은 약 500만도즈(1도즈=1회 접종량)로 내달부터 병∙의원 등에서 스카이셀플루 접종이 가능해진다.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은 1위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2위인 GC녹십자의 경쟁 구도였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독감백신 매출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4가'가 638억원,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가 515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는 일양약품의 '테라텍트'가 174억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가 136억원, 사노피파스퇴르의 '박씨그리프테트라' 127억원, 보령바이오파마의 '플루V테트라'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21년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독감 백신 생산을 잠정 중단했고 빈 자리를 GC녹십자가 채우며 독감 백신 시장 1위로 올라섰다. 2021년 국내 독감 백신 매출 1위는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로 55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5억원이었다. 당시 GC녹십자가 독감 백신 시장 1위에 올라서긴 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독감 백신 접종률이 급감하면서 매출 증가액은 약 43억원에 그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출하승인 독감백신은 9개사 11개 품목으로, 2020년 3가 백신 7개, 4가 백신 11개 등 총 18개 품목보다 7개 품목이 줄었다. 독감 백신 관련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3가 백신의 제조생산을 중단했고 동아에스티와 LG화학이 4가 독감 백신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독감 백신 공공조달시장에서 최다 물량을 계약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2023~2024절기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NIP)'을 위해 독감 백신 총 1121만 도즈에 대한 조달계약을 완료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242만 도즈로 가장 많은 물량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사노피파스퇴르 200만 도즈, 한국백신 175만 도즈, 녹십자 174만 도즈, 일양약품 170만 도즈, 보령바이오파마 160만 도즈 순이었다. 녹십자는 지난해 공공조달 물량이 496만5000도즈에 달한 것과 비교해 대폭 줄었다.
다만 아직 병‧의원에 개별적으로 공급하는 민간 시장이 남아있다. 올해 국가출하승인 독감백신 물량은 약 3000만도즈로 예상되고 있어 약 2000만 도즈에 달하는 민간 시장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독감 백신의 계약 단가가 1도즈당 1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독감 백신 민간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민간 시장을 잡기 위해 일양약품과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백신 등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저가' 백신 전략을 펼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조달 계약에서 가장 많은 물량은 따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 시장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조달계약은 입찰로 결정되는 반면 민간시장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백신 영업 역량에 좌우된다"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녹십자가 국내 병‧의원 백신 영업의 강자이긴 하지만 '저가' 전략을 내세운 기업들에 시장이 분산되면 결국 공공조달시장에서 벌어진 격차를 추월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