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분기배당 카드를 발표하고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도 대내외 산적한 악재 탓에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서, 주주들 사이에서는 '가두리 양식장'에 갇혔단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제는 반등하나 했더니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T는 주당 3만3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8조5739억원 수준으로 코스피 40위에 머물렀다. 주당 주가가 4만원에 육박하며 시총 10조원을 회복했던 지난해 8월과는 큰 온도차다.
KT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최고경영자(CEO) 공백 리스크에 곤두박질쳤지만, 지난 8월 김영섭 현 대표의 선임 이후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실제 KT 이사회가 김 대표를 최종후보로 내정한 지난 8월4일부터 이날까지 주가는 8.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9%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 주가는 그간 낙폭을 되돌린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KT는 지난해 말 3만3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종가인 지난 3일(3만3250원) 가격은 오히려 이보다 1.77% 하락한 수치다.
KT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함께 대표적인 고배당 통신주로 꼽혀왔다. 당장 가파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비교적 안정적인 배당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해 온 측면도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히는 분기배당 계획까지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발표했다. 분기배당은 현금 흐름 확보 측면에서 많은 주주가 선호하는 정책이다.
KT가 지난달 17일 공개한 '2023~2025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르면 회사는 당장 내년 1분기부터 분기 배당을 도입한다. 향후 3년간 당기순이익의 50%를 현금배당하고, 배당 수준도 최소 주당 1960원을 보장하기로 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3년에 대한 배당정책은 배당 축소를 주장한 일부 시장의 잡음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 KT는 환원 정책을 발표한 당일 주가만 1.21% 오른 뒤, 계속 보합권에서만 움직였다.
시장의 투자심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단 얘기다. KT의 한 주주는 최근 주가를 '가두리 양식장'에 비유하며 "(주주환원책 등으로) 하방경직성은 확보한 거 같은데 오를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에 낀 먹구름…"비중 줄여라"
KT의 이 같은 '박스권 주가'는 사실상 주가의 척도나 다름없는 실적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석달 내 예상한 KT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39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79%나 축소됐다.
다른 통신사들의 실적 감소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KT의 경우 임금단체협약 비용이 반영돼 영업익 감소폭이 두 자릿수에 이를 전망이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월등한 5G(5세대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실적에는 악재다.
동시에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로선 3분기 부진에 이어 4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달 1일 낸 리포트에서 "실적 우려가 커질 수 있어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목표주가로는 3만3000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마저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는 "올해 실적은 감소가 유력하고 내년에는 이동전화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며 "신임 경영진 성향상 과도한 개혁을 추구할 가능성이 낮고, 비용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통신주 특성상 경기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단 점을 고려해도, 대외 불확실성에 억눌린 국내 증시 환경 또한 긍정적이진 않다.
최근 한달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긴축 우려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단 5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순매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KT의 IT(정보기술) 분야 경쟁력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는 인터넷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에 경쟁력이 있다"며 "AICC(인공지능콜센터)의 경우 1위 사업자이므로 앞으로는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