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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강의에 찬송가도…이 회사에 무슨 일이?

  • 2024.06.19(수) 08:00

제이브이엠, 기독교식 기업문화 지속
직원들 하소연…한미측 "불이익 없어"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제이브이엠 본사 전경. /사진=제이브이엠

"직원들은 오전 예배가 끝난 후 업무 지시사항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 제이브이엠(JVM)에는 월요일 아침마다 목사가 주관하는 인문학 강의가 열린다. 이름은 인문학 강의지만 사실상 성경과 관련한 내용으로 구성된 예배라고 볼 수 있다.

아침 프로그램은 가스펠송(복음성가)을 부르고 목사의 인문학 강의 후 대표이사의 교육이나 전달사항을 듣는 순서로 진행된다.

제이브이엠은 약 320명이 근무하는 국내 1위 약국 자동조제기 개발 및 제조업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570억, 영업이익 297억원을 거둔 알짜 회사다.

1977년 협신의료기라는 개인회사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16년 7월 한미사이언스에 인수됐다. 현재 국내영업은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 온라인팜이 담당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북미는 한미약품, 유럽은 제이브이엠 자회사(JVM Europe), 중국은 시노팜을 통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 회사는 1996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협신메디칼로 이름을 바꿨고 2000년에는 제이브이메디, 2004년에는 현재의 제이브이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회사의 영문명 중 'JV'는 '지저스 빅토리(Jesus Victory, 예수 승리)'의 약자로 알려져있다. 1980년대 후반 폐암 말기를 선고받고 8년간 투병 끝에 완치한 김준호 창업주(전 부회장)는 투병생활 중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 이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가 성장하면서 사명에 종교적 의미를 담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경영권을 한미사이언스에 넘기고, 김 전 부회장과 그 자녀가 제이브이엠을 완전히 떠난 2021년 3월 이후에도 사명과 기독교식 기업문화는 그대로 남았다.

제이브이엠 측은 모든 직원들이 월요일 예배에 참석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에게 인사고과 등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이 다소 다르다.

제이브이엠 한 직원은 "강압은 아니라고 하지만 예배가 끝나면 사내교육이 이뤄지거나 업무 지시사항이 내려와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에 인수된 이후 종교활동이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강권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와 잡플래닛에도 "요즘 세상에 가능한 일이냐", "원치 않는 종교적 단합을 해야한다"며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와있다. 

현재 제이브이엠은 생산직군과 연구관리직군에 대한 수시채용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종교활동과 관련한 내용은 고지하지 않았다. 제이브이엠의 채용공고는 한미약품이 통합 관리한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자에게 서면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여 동의한 직원들만 입사하고 있다"며 "업무 등의 이유로 불참해도 전혀 불이익이 없다"고 했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특정 종교를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을 인권위법과 근로기준법을 어긴 고용차별 행위로 판단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주문한 적이 있다.

김형규 노무법인 호담 대표노무사는 "불이익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종교행사를 직장에서 시행하는 것만으로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근로시간에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종교행사에 참석을 강제하는 건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제이브이엠의 창업주는 회사를 떠났지만 그와 한미사이언스의 관계가 끊어진 건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애증이 얽혀있다. 김 전 부회장은 제이브이엠의 경영권을 넘길 때 매매대금(총 1300억원)의 80%를 한미사이언스 주식 66만514주로 지급받았다. 

하지만 잇단 기술반환 소식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김 전 부회장은 지난 2021년 초 한미사이언스에 손실보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3월 1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으나 김 전 부회장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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