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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항암제 'CAR-T'가 이중항체와 만나면

  • 2024.08.09(금) 08:00

박셀바이오 등 이중표적 CAR-T 개발
기존 약물과 비교해 약효 등 개선가능

단 한 번의 투여로 혈액암 완치가 가능해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에 이중항체의 기능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를 강화하고 고형암 등으로 치료범위(적응증)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옛 얀센)은 현재 중국계 바이오기업 셀룰러바이오메디슨과 손잡고 이중표적 CAR-T 치료제 'C-CAR039'를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에 발현하는 단백질 두 곳(CD19·CD20)에 면역세포(T세포)가 결합해 이를 파괴하는 원리로 암을 치료한다.

존슨앤드존슨은 현재 재발성 또는 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LBCL)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LBCL은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집해 특정 암세포에 결합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가한 후, 이를 다시 환자의 몸에 투여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노바티스의 '킴리아' 등 현재까지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암세포 항원 한 곳만을 인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박셀바이오가 고형암에 주로 발현하는 단백질(PD-L1·EphA2)을 타깃으로 하는 이중표적 CAR-T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유씨아이테라퓨틱스는 관련 기술을 활용해 B세포에 발현하는 단백질 두 곳(CD19·CD22)에 NK(자연살해)세포가 만나도록 설계한 이중표적 CAR-NK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유씨아이테라퓨틱스

CAR-T 치료제 개발사들이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유는 두 개의 항원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가 시장입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제넨텍이 개발한 이중항체 치료제 '컬럼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약효로 혈액암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컬럼비는 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투약 후 암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비율(완전관해율)이 43%에 달했다.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가 임상에서 확인한 완전관해율은 40%로 이보다 낮다. 컬럼비는 CAR-T 치료제와 비교해 약효가 비슷하거나 더 강하지만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다.

CAR-T 개발사는 이에 맞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 중 하나로 이중표적 CAR-T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중항체의 기능을 CAR-T에 탑재한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고형암 등으로 치료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셀룰러바이오메디슨은 C-CAR039를 혈액암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 1상 시험에서 환자 84%에게서 완전관해를 확인했다. 특히 이 약물은 치료 후 6개월간 암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생존한 환자 비율이 87%에 달했다. 암세포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억제해 재발률을 낮춘 것이다. 높은 재발률은 단일 표적 CAR-T 치료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CAR-T는 이중항체의 기능을 활용해 현재 혈액암 치료에 국한된 치료범위도 전방위적으로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의 자징의과대학 연구진은 고형암의 일종인 비소세포폐암에서 주로 발현하는 단백질 두 곳(PSCA·MUC1)에 T세포가 결합하도록 한 이중표적 CAR-T 치료제를 제작했다. 이 약물은 전임상 시험에서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나타냈다. 이외에도 이중표적 CAR-T가 담관암 등 여러 고형암에 효과를 나타낸 연구가 있다.

정수영 유씨아이테라퓨틱스 대표는 "단일 표적 CAR 치료제는 최근 항원 소실(암세포의 항원이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현상)로 인해 재발환자가 발생하는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며 "이중표적 CAR 치료제는 두 개 항원을 동시에 잡음으로써 재발률을 낮추고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차별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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