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표대결을 앞두고 현재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잡고 있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와 이들과 대척점을 형성하는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등 3자 연합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로코모티브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수탁업체로 추가 선임했다. 이에 따라 형제가 선임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는 총 4곳으로 지난 3월 정기주총과 비교해 한 곳 더 늘었다.
주주행동 플랫폼인 비사이드코리아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도 모으고 있다. 지난 정기주총에서는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과 손잡았으나 최근 액트 주주들이 3자 연합을 지지하며 갈라섰다.
3자 연합은 총 4곳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수탁업체를 선임했다. 지난달 의결권 권유에 필요한 주주명부열람을 허용해달라는 가처분소송을 제기했고 한미사이언스가 열람을 허락하면서 소송을 취하했다.
양측은 현재 주주들을 직접 만나며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는 3자 연합과 의결권 대행업체가 회사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표대결을 둘러싼 신경전은 의결권 대리행사를 넘어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은 지난 13일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두 사람이 이사회 결의 없이 그룹 소속의 공익재단인 가현문화재단에 120억원가량의 기부금을 3년간 제공한 것을 문제삼았다.
가현문화재단과 또다른 공익재단인 임성기재단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한미사이언스 합산지분 8.1%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3자 연합 측 인사가 두 재단의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두 재단은 OCI그룹과 통합을 주장한 모녀(송영숙·임주현) 측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해 고발에 이어 기부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중요한 소송의 제기'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서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주주들에게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기업설명회에서도 신경전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7일 한미사이언스에 이어 나흘 뒤 한미약품이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각각 매출액 2조원,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걸었다.
이처럼 형제와 3자 연합이 임시주총 표대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이번 임시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3자 연합은 이번 시기를 놓치면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2027년까지 이사회 장악이 어려울 수 있다. 자칫하면 한미약품의 경영권마저 뺏길 수 있다.
한미약품 이사는 총 10명인데 이 중 6명의 임기가 오는 2026년 3월까지 차례로 만료된다. 한미사이언스는 현재 한미약품의 지분 41.4%를 보유 중으로 대표이사의 권한만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약품 이사회는 2025~2026년에 걸쳐 인적 교체가 이뤄지는데 저에 대한 이사회의 신임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며 "특히 2026년 3월이면 완전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한미약품 이사진 교체를 예고한 상태다.
형제가 외부투자를 유치해 3자 연합과 비교해 열세에 있는 지분구조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다수의 국내외 기관과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간담회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유치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3자 연합은 "무리한 투자를 유치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모녀가 올해초 신주발행 등을 통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했던 전례가 있는 점이 걸린다. 당시 모녀는 형제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 투자유치의 시급성을 이유로 법원의 기각 결정을 얻어냈다.
주주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임종훈 대표가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 105만주(1.55%)를 판 사실이 알려졌다. 상속세 납부자금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게 형제측 설명이지만 임시주총을 불과 보름 남짓 남겨둔 민감한 시점에 이뤄진 일이라 이목을 끌었다.
임종훈 대표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량을 시간 외 블록딜로 매각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주주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