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의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가 야심 차게 선보인 차세대 자가면역질환 신약이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했다. 아제넥스 등 경쟁사가 아직 개척하지 못한 질병이 타깃이다. 기대했던 결과를 내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동일한 원리의 약물과 경쟁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가운데 TPD(표적단백질분해제)와 같은 새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가 향후 입지를 위협할 변수로 떠오른다. TPD를 개발하는 바이오헤븐 등이 최근 전임상에서 한올바이오파마를 위협할 성과를 내면서다.
임상 2상 시작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이뮤노반트는 현재 미국에서 한올바이오파마로부터 도입한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IMVT-1402'의 임상 2상 시험 두 개를 진행하고 있다. 각각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불응성 류마티스 관절염, 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며 발생하는 그레이브스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두 질병은 모두 면역체계에 침입한 병원체를 공격하는 '면역글로불린G(IgG)'와 같은 항체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병한다. IMVT-1402는 이러한 항체가 우리 몸에서 재활용되지 않고 분해되도록 FcRn(신생아 Fc 수용체)라는 단백질을 억제한다.
IMVT-1402는 한올바이오파마가 기존에 개발하고 있던 '바토클리맙'이라는 약물의 후속작이다. 바토클리맙은 지난 2021년 그레이브스병의 일종인 갑상선안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환자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며 시험을 중단한 바 있다.
이듬해 한올바이오파마는 이 문제를 개선한 IMVT-1402를 선보였다. 이어 진행한 임상 1상 시험에서 이 약물이 바토클리맙과 유사한 약효를 내는 동시에 이전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결과를 확인했다.
잠재력 얼마나 클까
IMVT-1402는 경쟁사가 아직 개척하지 못한 질환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FcRn 억제제로 허가된 약물은 네덜란드계 바이오기업인 아제넥스가 개발한 '비브가르트'가 유일하며 중증근무력증을 치료목적으로 한다.
현재 임상 2b상 시험에 들어간 그레이브스병은 아직 FcRn을 억제하는 원리로 승인 받은 약이 없다. IMVT-1402가 개발되면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신약 지위를 노려볼 수 있다. 앞서 진행한 2a상 시험에서 우수한 약효를 한 차례 확인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의 FcRn 억제제 '니포칼리맙'이 최근 임상 2상 시험을 마치면 한발 앞서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가 좋지 않았다. 부작용을 고려해 투약용량을 늘리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와 달리 IMVT-1402는 전작 대비 부작용을 개선한 덕분에 고용량으로 투여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출시시기가 늦더라도 약효 측면에서 니포칼리맙을 넘는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신약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한올바이오파마는 약물의 치료범위(적응증)를 확대하기 위해 중증근무력증, 만성 염증성 탈수초 다발신경병증 등 3가지 질병에 대한 추가적인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IMVT-1402가 동일한 계열의 약물 중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향후 TPD와 같은 새 모달리티의 등장이 시장 입지를 위협할 변수로 떠오른다.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바이오헤븐은 한올바이오파마와 같이 IgG 항체를 저해하는 TPD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IgG 항체의 재활용을 막지 않고 아예 제거한다. 이를 통해 전임상 시험에서 IMVT-1402보다 우수한 약효를 확인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TPD가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FcRn 저해제를 비롯해 기존 약물을 위협할 만한 데이터를 내고 있다"며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로 개발경과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