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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상장 바이오, '30억원 매출 허들' 넘느냐 걸리느냐

  • 2025.02.28(금) 08:30

15개사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 만료
압타머·신테카 신규 매출원 확보 시급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였다.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5년간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받지만 2019년 10월 이후 상장한 기업에 주어진 관리종목 지정 유예 기간이 작년에 만료됐기 때문이다.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매출 30억원을 거뜬히 달성했지만 나머지는 매출이 10억원에도 못 미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28일 비즈워치가 지난해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이 만료된 바이오 기업을 살펴보니 총 15개사(티움바이오·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메드팩토·디앤디파마텍· 신테카바이오·라파스·CJ바이오사이언스·박셀바이오·압타머사이언스·셀레믹스·제놀루션·소마젠·젠큐릭스·에스씨엠생명과학·카이노스메드)로 집계됐다. 

15개 중 8개사 연매출 30억 돌파

이중 특례 요건 매출액을 가뿐히 넘기고 있는 곳은 소마젠·라파스·디앤디파마텍·제놀루션·티움바이오·셀레믹스·젠큐릭스·CJ바이오사이언스 8개사다.

소마젠은 지난해 매출 437억원으로 15개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소마젠의 주요 사업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과 염기서열을 검증하는 모세관 전기영동 시퀀싱(CES) 서비스다. 여기에 단일 세포(Single Cell) 분석 등 신규 사업을 하면서 매출이 매년 늘고 있다.

라파스는 경피약물전달(TDDS) 기술인 용해성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연구개발, 제조, 판매 사업을 하면서 지난해 27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디앤디파마텍은 27일 기준 시총 5115억원으로 매출 요건 면제 기준인 시총 4000억원이 넘는데다 지난해 매출 114억원을 달성하는 등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과 용역(공동연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

이외 제놀루션·셀레믹스·젠큐릭스는 유전체분석·진단 서비스를 통해 매출 30억원을 훌쩍 넘겼다. 제놀루션은 자체 체외진단 의료기기 판매, 판권 계약을 맺은 미국 바이오라드의 유전자분석 장비 판매 등으로 지난해 매출 71억원을 달성했다. 셀레믹스는 유전질환, 고형암, 유전암 등 유전자 돌연변이 진단기기와 NGS 서비스를 통해 매출 67억원, 젠큐릭스는 암 진단제품 판매로 매출 51억원을 각각 거뒀다. 

티움바이오는 2021년 설립한 프로티움사이언스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공정개발(CDO) 및 단백질 분석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페트라온의 2023년도 매출액은 44억원으로, 티움바이오는 프로티움사이언스와 페트라온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게 됐다.

2024년 관리종목 유예기간 만료된 특례상장 바이오기업 매출액. /그래픽=비즈워치

CJ바이오사이언스는 투자부동산 매각으로 임대 매출액이 빠지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7.8% 감소하긴 했지만 주요 사업인 미생물 유전체 생명정보 분석 플랫폼 및 솔루션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3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압타머·신테카바이오 등 매출원 확보 시급

매출이 30억원에 못 미치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다.

박셀바이오는 항암면역세포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회사로, 매출을 내기 위해 2022년부터 반려견 및 반려묘용 면역기능보조제를 판매하고 있다. 관련 사업부문의 작년 매출은 약 1억원. 특례 요건에 못미친다.

이에 회사는 작년 12월 병원과 약국 등에 의약품을 유통 및 판매하는 의약품 유통업체 에스에이치팜을 인수했다. 에스에이치팜 인수 효과로 작년 총 매출액 1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3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에스에이치팜의 2023년 매출액은 32억원이었다.

압타머사이언스는 표적분자에 높은 친화성과 특이성으로 결합하는 단일가닥 핵산(DNA, RNA)인 '압타머' 기반 서비스와 유전자증폭(PCR) 폐암조기진단 키트 '압토디렉트 렁'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작년 매출은 8억원 수준이다. 신규 매출원을 모색해야 한다.

에스씨엠생명과학과 카이노스메드는 작년 실적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을 미뤄봤을 때 지난해 연간 매출 10억원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줄기세포 위탁연구개발 및 기술이전과 더마코스메틱 사업으로, 카이노스메드는 기술이전을 통한 로열티를 통해 작년 3분기 기준 각각 5억원의 매출을 거두는데 그쳤다.

신테카바이오는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으로 처음 코스닥 시장에 상장에 성공하며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유전체 정밀의료 서비스 등 용역으로 1억원의 매출을 내는데 그쳤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메드팩토는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을 통해 매출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경우 작년 매출액은 1억원도 채 안 되지만 2023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정받아 3년간 매출액 30억원 특례 요건이 면제된다. 다만 올해 말 재인증에 실패할 경우 내년에는 매출 30억원을 달성해야 한다. 

메드팩토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면역 항암 신약 후보물질 '백토서팁'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출에 반영될 만한 계약은 성사된 게 없다. 회사는 올해 매출 확보를 위해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유통판매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 위해 유증·전환사채 통해 자금 마련 가능성도

바이오 호황기였던 2019년 말부터 2020년 사이 특례상장으로 다수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발을 내딛었지만 일부는 5년이 지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30억원의 매출을 내기 위해 신규 매출원을 모색해야 하지만 바이오 투자심리가 악화한데다 경기 침체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가장 빠르게 연매출 30억원을 달성하는 손쉬운 방법은 박셀바이오처럼 연매출 30억원이 넘는 다른 업종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상증자, 전환사채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기술을 내세워 상장한 바이오 기업은 기술이전 외에 매출을 낼 수 있는 수익원이 없고 기술이전을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이어서 안정적인 매출원을 찾아야 한다"며 "단기간에 매출 30억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종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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